앓는 소리 하던 부산백병원, 알고 보니 ‘알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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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병원 동부산 이전 시도는 벼랑 끝 전술인가.”

인제대 부산백병원이 동부산권 이전을 시도(부산일보 지난해 12월 30일 자 1면 등 보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병원이 있는 부산진구 개금동 일대 주민들은 지역 공동화를 우려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급기야 도시철도 2호선 개금역부터 병원으로 이어지는 복지로 곳곳에 부산백병원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백병원 5곳 재정 현황 분석 결과
해운대와 함께 수익 1·2위 차지
5년간 의료수익 1조 5120억 원
만성적자 서울과 달리 ‘효자병원’
동부산 이전 추진 명분에 의구심

그런데 지역 의료계에서는 부산백병원이 백중앙의료원 산하 백병원 5곳 중 의료수익이 가장 높고 경영사정이 낫기에 개금동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는 결국 부산백병원이 병원 이전이라는 ‘벼랑 끝 전술’로 인접한 주원초등학교 부지를 손쉽게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추측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부산백병원이 동부산 이전을 강행한다면, 40년 동안 개금동에서 막대한 의료수익을 거둔 만큼 ‘먹튀’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일보>는 최근 의료기관 회계정보 공시 사이트에서 백병원 5곳의 2016~2020년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 등을 확보해 회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각 병원 재정 현황을 분석했다. 이들 백병원 5곳은 부산의 부산백병원과 해운대백병원, 서울에 있는 서울백병원과 상계백병원, 경기도의 일산백병원이다.

우선 ‘의료수익’ 부문에서 부산백병원은 2016~2020년 5년 동안 1조 5120억 4700만 원으로 백병원 5곳 중 가장 성과가 컸다. 뒤를 이어 해운대백병원이 1조 4302억 600만 원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반면 서울백병원의 경우 3199억 9200만 원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의료수익에서 비용을 뺀 ‘의료이익’ 부문에서는 해운대백병원이 5년간 1194억 4900만 원으로 1위였고, 부산백병원은 522억 3700만 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다만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부산백병원보다 월등히 높았던 해운대백병원의 의료이익은 2020년에 96억 9700만 원까지 떨어져 부산백병원(90억 9900만 원)과 근접했다. 서울백병원은 백병원 5곳 중 유일하게 의료이익 부문에서 321억 730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

5년간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해운대백병원(293억 8100만 원)과 일산백병원(80억 4000만 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3곳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산백병원은 해당 기간 당기순손실이 422억 2300만 원으로 서울백병원의 374억 4600만 원보다 많다. 부산백병원이 140억~180억 원 수준이었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2018년에 이례적으로 430억 원가량 전입함에 따라 당기순이익 지표도 악화된 것이다. 부산백병원의 2019년 예산서에는 병원 내 부속시설 ‘청송관’과 ‘부호관’ 토지·건물을 매입하는 데 352억 원이 책정됐다. 부산백병원이 해당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했을 때 부산백병원은 수도권 백병원 3곳보다도 경영면에서 사정이 나은 데다 백중앙의료원 산하 병원 5곳 중에서도 ‘효자병원’으로 꼽힌다. 부산백병원 측이 병원 시설을 확충하지 못해 존폐 기로에 섰다는 주장이 무색해지는 셈이다. 오히려 백병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부산에서 돈 벌어서 서울백병원 적자를 메운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굳이 병원 한 곳의 문을 닫는다면 부산백병원이 아니라 서울백병원을 폐쇄하는 게 오히려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백병원은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백병원은 경영난에 허덕이다 지난해 208병상에서 150병상으로 축소해 전공의 수련병원 지정을 포기했다.

부산백병원 관계자는 “병원 이전 등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할 말이 없다”고 짧게 밝혔다.

황석하·변은샘·곽진석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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