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등을 상대로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가 거래소에 상장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코인 사업 등에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높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고 속이고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유사수신업체 부산 지역 대표 60대 A 씨와 대구 지역 대표 40대 B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자체 발행 가상화폐 상장 조건
전자복권 번호 예측 AI로 현혹
550억대 투자금 챙긴 15명 적발
외제차 구입 등 호화생활 누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 7개월간 부산과 대구 지역에 ‘○○베스트’라는 이름의 투자 회사를 설립해 “코인과 전자복권 사업에 투자하면 투자금의 1%를 90회에 걸쳐 지급하겠다”고 속여 2600여 명으로부터 총 552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거래되지 않는 코인이 곧 거래소에 상장돼 상당한 수익이 발생할 것처럼 광고하거나, 슈퍼볼 경기 결과 등 미국의 복권 당첨 번호를 예측할 수 있는 AI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속여 투자자를 현혹했다. 경찰은 이들의 말을 믿고 모여든 피해자들이 최소 500만 원에서 최대 5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특히 피해자들의 80% 이상은 노인들이었다.

그러나 A 씨 등은 실제 투자 수익이 없었고, 신규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속칭 ‘돌려 막기’ 수법으로 장기간 범행을 지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중에는 가족과 지인 등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가 큰 피해를 보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해 7월께 부산 등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코인 투자설명회’가 열리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해당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투자자 명단과 투자금 내역 등을 확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B 씨가 사실상 이번 범죄를 기획했고, A 씨와 B 씨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부산과 대구에서 피해자 모집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피해금을 사무실 전세 보증금이나 고급 외제차 구입 등 호화 생활을 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피해금으로는 공사 중 부도가 난 호텔 한 곳을 경매로 낙찰받았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범죄수익추적팀과 함께 범행 수익으로 취득한 호텔과 전세 보증금 등을 기소 전 추징 보전 신청하고 추가 은닉 재산을 추적 중이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최해영 강력2계장은 “아직 피해 사실을 모르는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보고 신고를 받고 있으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노인들을 상대로 한 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 사기가 많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대성 기자 nma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