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노인복지시설 ‘문 닫고’ 갈 곳 잃은 노인 ‘마음 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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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부산지역 코로나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7541명을 기록한 21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의료원 재택치료 전담팀이 분주하게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김 모(97·부산 영도구 봉래동) 씨는 지난주부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매일같이 향하던 동네 경로당이 정부 지침에 따라 일주일째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집에 있으면 괜히 눈치가 보이고 기운만 떨어지는 것 같다”며 “다시 경로당에 모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복지부 지침에 경로당 등 폐쇄돼
정서적 돌봄 부문 ‘비대면’ 전환
노인 정서·심리에 직접적 타격
갈 곳 없어서 “몸 아프다” 호소도
심리 방역도 필수 영역 인식 필요

경로당을 비롯해 부산지역 노인여가복지시설 운영이 코로나19로 전면 중단되면서 갈 곳 잃은 노인들의 ‘심리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대체수단인 비대면 정서지원 프로그램은 노인들에게 진입장벽이 높고 소통에도 한계가 있어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21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노인여가복지시설 운영 중단을 결정한 보건복지부의 조치에 따라 부산지역도 경로당(2333곳)과 노인교실(164곳)이 폐쇄됐다. 노인복지관은 필수 서비스와 비대면 업무만 지속한다.

이 조치에 따라 경로당 난방·양곡비 예산은 식사대용품으로 대체해 지원되고, 노인복지관에는 자가검진키트가 보급되는 등 물리적 방역 부문은 대안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정서적 돌봄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부산시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이전에는 노인복지관 등에서 대면으로 우울증이나 고독사 방지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비대면으로 전환된 이후부터는 상호 피드백이 어려워 제대로 상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는 노인들의 정서·심리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보건복지부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 우울 위험군은 지난해 3분기 12.4%에서 4분기 13.8%로 늘었다. 우울 평균 점수도 4.0점에서 4.2점으로 상승했다.

부산에서도 원도심 지역은 고령인구와 독거노인 비율이 높아 이번 폐쇄 조치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20년 기준 영도구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9.1%, 독거노인 가구 비율은 14.7%로 부산지역 전체 평균보다 각각 8.6%포인트(P), 5%P 높다.

일선 복지관은 비대면 방식으로 노인 정서돌봄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영도구노인복지관 최윤라 사회참여지원팀장은 “노인복지관이 문을 닫은 이후 갈 곳이 없어 종일 집에 있다 보니 몸이 아픈 것 같다고 호소하는 어르신도 많다”며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 정서돌봄을 진행하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에다 사용법도 생소해 호응이 낮은 상황이라 노인들의 정보접근성을 높이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무작정 노인여가복지시설을 닫는 것보다 방역과 조화를 이뤄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심리방역도 식사 제공처럼 방역 정책의 필수 영역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산노인복지협회 박시우 회장은 “방역 관리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해 코로나19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면서 경로당을 다시 운영하는 편이 노인들의 정서 건강에 낫다”고 말했다. 손혜림·김동우 기자 hyerims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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