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부각 매력에 ‘푹’… 우리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오희숙 국내 최초 부각 명인

식품문화의 급격한 변화로 사라져 가는 부각. 3000억 원대에 달하는 부각 내수·수출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는 이가 있다. 바로 30여 년간 부각을 연구하고 개발해 온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25호 오희숙(67) 명인이다.

부각은 궁중이나 사대부 집안의 내림 음식이다. 정성을 다해 손으로 만드는 한국 대표 전통 반찬이자 간식이기도 하다. 부각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오 명인은 “우리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 말한다.

시어머니로부터 제조법 전수받아
30년간 전통 부각 연구·개발 매진
수출전략기업으로 성장시킬 것

파평 윤씨 33세손인 윤형묵(71·생자연농업회사법인 대표이사) 씨와 결혼한 오 명인은 시어머니 고 이진혜 여사로부터 전통 부각 제조법을 전수받았다. 시어머니는 본가인 함안 이씨 종가와 시가인 파평 윤씨 종가 등 사대부 집안에서 전통음식과 예절을 배웠다. 오 명인은 “시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뛰어나 유림 제례와 문중 대소사에서 상차림의 교본이라 할 만큼 주위의 칭송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특히 인삼 부각은 문중의 대사나 진객의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가문의 명품으로, 내림음식 중 제일 자랑거리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오 명인은 1978년부터 거창에 들어와 시어머니의 이러한 제례문화와 침선, 전통 폐백 등을 전수받았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재료로 만드는 부각을 계승해야겠다는 신념을 가졌다. 오 명인은 “전통식품분야에서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전통 부각을 계승하기 위해 매진했다”고 말했다.

내림음식의 대부분이 상차림으로 먹는 것이었지만 부각은 보관과 휴대의 간편성, 재료의 다양성 등 스낵의 특성을 갖췄다. 이를 깨닫고 부각의 전승, 복원,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본격적인 제품 연구에 들어갔다. 특히 감잎 부각, 쑥 자반 등은 원형대로 복원했다. 다시마, 미역, 김, 감자, 연근, 우엉, 버섯 등 신세대나 외국인 기호에 맞춰 부각을 30여 년간 연구하고 개발했다.

2004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부터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25호 ‘부각 제조 명인’으로 지정받았다. 세부적으로 명인을 지정하는 다른 식품과 달리 오 명인은 엽채류, 구근류, 해초류 등의 재료를 세분화하지 않고 부각 전체에 대한 제조 명인이 됐다. 국내 최초 부각 명인이다.

그는 (주)하늘바이오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고, 2014년 거창군 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해 본격적인 부각 생산에 들어갔다. 3000평 부지에 2000평 규모 공장을 짓고, 90억 원을 투입해 자동화 시설을 완비했다. 이후 대형 유통시장, 편의점, 홈쇼핑, 급식은 물론 인터넷 시장까지 모든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수출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부설 연구소 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연구소가 거창(지방)에 있다 보니 연구원 모셔오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며 “연구소를 도시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 명인은 “어려움 속에서도 미국, 중국에 이어 여러 나라에 빠른 속도로 수출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내수보다 수출이 더 많은 수출전략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웃음 지어 보였다.

류영신 기자 ysryu@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