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호감’ TV토론, 그래도 정치혁신 비상구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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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의 첫 법정 TV토론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 21일 ‘코로나 시대 경제 대책’과 ‘차기 정부 경제정책 방향’ 등 경제 현안을 두고 120분간 격돌했다. 이날 토론은 여야 후보 4명이 가진 세 번째 TV토론이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첫 법정 토론회여서 기대하는 바가 컸다. 지상파·종편·보도 채널 총 8개가 생중계한 이날 TV토론 시청률 총합도 32.753%에 달했다. 하지만 각 후보가 경쟁적으로 제시한 수백조 원에 달하는 경제 분야 공약에 대한 검증이 미흡했을 뿐 아니라 경제정책과 무관한 네거티브를 펼쳐 아쉬움을 남겼다.

경제 공약 검증 미흡·네거티브 공방 유감
남은 토론 기회 늘리고, 진행 방식 개선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지원만 해도 그렇다. 여야 없이 코로나 피해자인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토론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 후보가 국채 발행 문제를 들고나왔고, 안 후보가 코로나19 특별회계 도입을 제안했으며, 윤 후보가 재정건전성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성은 떨어졌다.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각 후보 설명에 대해서도 시간 제약 탓이 컸지만 제대로 된 질의응답조차 할 수 없었다. 토론 진행 방식에 대한 개선도 시급해 보인다.

코로나19 비대면 시대를 고려하더라도 TV토론 횟수나 방식이 더 많아지고 다양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2주 남짓이어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각 후보는 우리 국민이 여전히 심층 토론에 목말라 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TV토론이 뭔가. 대통령 후보로선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리더십과 비전, 정책 등을 설명하는 자리이겠지만, 유권자는 이를 토대로 대권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는 기회가 아니겠는가. 지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방적 유세가 아니라 각 후보가 내놓은 정책과 비전을 비교, 판단할 수 있도록 선관위나 각 정당은 더 노력해야 한다.

이제 선관위 법정 TV토론은 오는 25일(정치), 3월 2일(사회) 등 두 차례밖에 남지 않았다. 특히 정치 분야 토론에선 분권형 대통령제,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정치혁신이나 균형발전·자치분권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기대한다. 권력을 나누고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쇄신 의지 없이는 정치 개혁은 요원하다. 모 후보가 그랬던 것처럼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에 균형발전을 포함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포함하는 일은 또다시 없어야 한다. 국가지도자라면 모름지기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 유권자들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을 씻어 내기 위해서라도 남은 TV토론은 정치혁신의 비상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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