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우크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친러시아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지역의 분리독립을 선포하고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러시아군을 투입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는 이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명백한 주권침해이자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2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침입이 확인되는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등 본토 침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은 일촉즉발로 치달았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인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있는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그는 서명 후 자국 국방장관에게 이들 두 공화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라고 지시하며 우크라이나 영토 내 러시아군 배치를 공식화했다.

동부 돈바스지역 분리독립 승인
푸틴, 21일 대통령령에 서명
군사장비 행렬 이동 장면 포착도
유엔 사무총장 “우크라 주권 침해”
미국 “침공 땐 추가 제재” 경고

이전까지는 러시아가 배후에서 친러반군을 지원하고 있다는 ‘설’이 끊이지 않았다. 러시아의 이날 친러반군 지역 분리독립 선포와 지원 약속, 파병 지시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공개적으로 군대를 파견하는 ‘포문’을 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지시 뒤 이례적으로 긴 군사장비 행렬이 도네츠크를 지나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발표 내용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주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러시아가 어떤 성명을 내든 우크라이나의 국경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서방은 곧 제재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결정은 우크라이나 영토 보존과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러시아의 이 같은 행보를 심각한 국제법 위반으로 보고 제재를 경고해 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돈바스지역의 두 공화국에 미국인의 신규투자, 무역, 금융을 금지하고 이 지역 인사들을 제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EU도 푸틴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하며 러시아를 겨냥한 집단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평화적 해결 노력을 훼손했다”고 러시아를 맹비판했다.

다만 미국은 아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으로는 볼 수 없는 만큼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발표된 제재는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해 준비한 광범위한 제재와는 별개라고 밝혔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도 러시아의 이번 조처가 침공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이날 익명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는 추가적인 침공이 아니다. 동부는 그들이 이미 점령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군의 돈바스 이동은 그 자체로 새로운 조처는 아니다”며 “러시아는 지난 8년 동안 돈바스에 병력이 있었고, 그들은 현재 이를 더 노골적이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취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탱크가 실제 굴러갈 때까지 외교를 계속 추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이 돈바스지역에만 제재 범위를 한정한 데 대해 “푸틴이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경우, 모스크바에 가할 더욱 공격적인 제재를 카드로 남김으로써 외교적 해결의 가능성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