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부산 떠날라… 셈법 복잡해진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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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부산시 대응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우리나라 1·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초대형 항공사’의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이와 함께 향후 진행될 두 항공사 자회사(에어부산·에어서울·진에어)의 통합을 앞두고 자칫 에어부산의 ‘탈부산’을 우려한 부산시의 셈법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두 항공사 자회사 3곳 2025년 후 통합
시 “본사 유치” 방침에도 가능성은 낮아
지역 사회 “에어부산 인수” 목소리 높아
해외 경쟁당국 승인 땐 분리매각 ‘난망’
부산시, 어렵지만 둘 중 하나 선택 입장


■‘공룡 합병’ 조건부 승인

공정위는 2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조건은 두 항공사 국제선과 국내선의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과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일부 반납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우선 두 회사의 중복 노선 중 26개 국제노선과 8개 국내노선을 반납 대상으로 삼았다. 해당 노선들에 대해 LCC(저비용항공사)나 해외 항공사가 신규 진입 혹은 증편할 경우 두 회사가 가진 국내 공항(인천·김해·제주·김포공항) 슬롯을 양 사 통합점유율 50% 이하까지 반납하도록 했다. 해당 국제노선은 서울∼뉴욕·로스앤젤레스·시애틀·호놀룰루·샌프란시스코·바르셀로나·프놈펜·팔라우·푸껫·괌, 부산∼칭다오·다낭·세부·나고야·괌 등이고, 국내 노선(편도 기준)은 제주∼청주·김포·광주·부산 등이다. 이 중 운항을 위해 운수권이 필요한 11개 ‘항공 비(非)자유화 노선’은 슬롯에 더해 운수권도 반납해야 한다.

운임에 대한 제한조치도 승인 조건에 포함됐다. 두 회사의 결합 후 각 노선에 대한 운임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는 것을 제한하고, 공급좌석 수를 2019년 수준의 일정 비율 미만으로 축소하는 것을 금지했다. 좌석 간격과 무료 기내식, 수하물 등 서비스 품질도 유지하도록 했다.



■LCC엔 기회! 에어부산은 해당 안돼

공정위의 조건이 이행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더 남아 있다. 미국·EU·중국·일본 등 해외 경쟁당국의 결합심사 결과도 기다려야 한다. 공정위는 해외 경쟁당국이 이번 공정위 시정조치와 다른 판단을 내릴 경우 다시 전원회의를 열어 조치 내용을 보완하기로 했다.

해외 경쟁당국의 결합심사마저 통과될 경우 그동안 대형 항공사에 집중됐던 국제노선에 LCC들의 취항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LCC들이 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역량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국내 LCC가 아닌 해외 항공사들이 대한항공 등이 반납하는 ‘노른자’ 슬롯을 싹쓸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나아가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국내선의 경우에는 LCC의 노선 확대 경쟁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에어부산은 이러한 반사이익을 얻을 기회마저 노려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만큼 두 항공사가 반납하는 슬롯이나 운수권을 배분받을 권리조차 없기 때문이다.

■통합 LCC 부산 유치? 에어부산 분리 인수?

에어부산보다 더 속이 타들어 가는 것은 부산시다. 공정위의 일정대로라면 양대 항공사의 3개 자회사 역시 2025년 이후 통합절차를 밟는다. 부산시는 당초 통합 LCC의 본사 유치를 원했지만, 현실을 꼬여가기만 했다. 통합 LCC의 거점을 지방공항으로 한다는 정부 방침이 최근 “민간기업의 본사 소재지는 정부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며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기업 논리대로라면 통합 LCC의 본사는 승객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에 둘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에어부산마저 통합 LCC 속에 섞여 수도권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는 에어부산을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분리시켜 지역 경제계가 인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로선 당장 ‘에어부산 분리 인수’로 목표를 수정하기도 힘든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외 경쟁당국의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시 방침을 정할 순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해외 승인마저 난다면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이 어려워지는 만큼 통합 LCC 본사 유치에 집중할 테고, 반대의 상황에선 에어부산 분리 인수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언급했다.

한편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지난 18일 부산시 고위 간부가 에어부산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간부는 “당시 방문에서 △항공기 도입 △전산시스템 교체 등 당장 에어부산에 필요한 지원을 요청하는 것과 함께 향후 에어부산의 처리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송현수·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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