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렬 기자회견 몰랐다니”… 윤석열에 보낸 문자 보이며 반박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인터뷰
“제 휴대폰에 ‘딜리버드(delivered·전송 완료)’라고 딱 돼 있습니다. 거짓말할 게 따로 있지.”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 한 카페.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인터뷰 도중 선대위 관계자에게 차에 있는 자신의 휴대폰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지난 20일 열린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기자회견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윤 후보가 결렬 책임져야” 주장
국무총리설 등에 불편한 심기
“지지율 상승 여지 충분” 자신감
여론 조사 전제 협상 여지 남겨
안 후보는 “윤 후보와 모두 아이폰을 쓴다”며 윤 후보에게 보냈던 문자를 직접 보여줬다. 그리고는 기자회견을 연다는 내용의 문자 옆 ‘delivered’를 손으로 가리켰다. ‘delivered’는 아이폰끼리 문자를 할 때 전송이 됐다는 것을 알리는 문구로, 휴대폰 언어설정을 영어로 했을 때 표기된다.
그러나 이날 기자가 해당 문자를 사진으로 찍으려 하자 안 후보는 극구 거부했다. 안 후보는 “혹시 사진이 (카메라에)찍혔다면 쓰지 말아 달라”며 자신은 문자 내용을 캡처해서 기자들한테 뿌리는 식의 정치는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이날 ‘부산 유세’를 마친 뒤 <부산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윤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 등 그간의 상황을 직접 설명했다.
우선 안 후보는 단일화 결렬의 책임이 윤 후보 측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안 후보는 “대한민국 정치 70년 사상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단일화가)진행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그간 3가지 정도의 패턴이 있었는데 이번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또 “저는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았다. 앞서 발표한 그 문안(여론조사 경선)이 전부”라면서 “결국 경선하면 국힘이 이길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었나. 전적인 (단일화 결렬의)책임은 국힘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경기도지사·국무총리 제안 등 일각에서 나온 각종 설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안 후보는 “일주일간 (단일화에 대해)아무 대답도 없고, 오히려 밑에서는 거간꾼들이 개입돼 마치 저와 그런 말들이 오간 것처럼 마타도어를 했다”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모욕적”이라고 비난했다.
단일화 여지가 전혀 없느냐는 질문에 “지금도 제 제안(여론조사 경선)을 받을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받는다면 또 모르겠지만…”이라고 밝혔다. 또 안 후보는 끊이지 않는 야권 단일화 요구 목소리에 대해 윤 후보 쪽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여론조사 경선’ 수용이 전제조건임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추가 협상의 여지는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단일화 결렬 후에도 윤 후보 측 의지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볼 때, 향후 윤 후보의 태도 변화에 따라 상황이 바뀔 여지가 있는 것으로도 비친다.
안 후보는 지지율 정체 현상에 대해 “대통령은 당일날 투표로 당선되는 것”이라며 향후 판세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현재 ARS방식의 여론조사는 거대 양당의 지지층이 과대 대표된다며 자신의 지지율 상승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 부산을 시작으로 ‘유세 강행군’을 예고했다. 이미 안 먹은 김밥 종류가 없을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분주히 다닌다고 한다. 안 후보는 지역 조직 부족 등 선거운동의 한계에 대해 “오히려 이제는 카카오톡,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한 유세가 더 많이 이뤄진다”면서 “지역 조직도 비록 양당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충실하게 선거운동을 다니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