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벤 예란 에릭손(74·스웨덴) 전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감독이 북한으로부터 월드컵 조추첨을 조작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에릭손 전 감독은 최근 영국 BBC 라디오5에 출연해 2009년 평양 방문 당시 뜻밖의 청탁을 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북한에 초청을 받아 갔는데, 우리를 도와달라는 북한 측의 부탁을 받았다”며 “처음에는 공이나 신발 등을 지원해달라는 부탁으로 생각해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2009년 평양 방문 때 청탁 받아
에릭손 “해선 안 되는 일” 거절

하지만 에릭손 전 감독은 곧 월드컵 조추첨을 쉽게 해달라는 부탁이었음을 알게 됐다. 이에 그는 “그런 일은 내가 할 수 없는 것이고,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범죄라고 답했다”면서 “북한 사람들은 내가 할 수 있는데도 들어주지 않는 것으로 여기는 듯했다”고 전했다.

에릭손 전 감독은 벤피카, AS로마, 라치오 등에서 감독을 역임했고,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2008년부터 멕시코, 2010년엔 코트디부아 대표팀을 이끈 세계적인 명장이다. 북한 방문 당시엔 잉글랜드 프로축구 4부리그 팀인 노츠 카운티 이사였다.

에릭손 전 감독이 북한을 방문한 건 노츠 카운티 구단을 인수한 러셀 킹이란 사기꾼에 속았기 때문이었다. 킹은 스위스의 투자회사가 북한 광산의 독점 개발권을 가지고 있다며 이 문제가 잘 풀리면 구단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온다고 홍보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팀을 5년 내 프리미어리그까지 끌어올리겠다면서 에릭손 전 감독을 이사로 영입했다. 북한 방문도 킹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에릭손 전 감독은 밝혔다.

한편 북한은 남아공월드컵에서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와 한조에 편성돼 3전 전패로 탈락했다. 당시 에릭손 전 감독이 지휘하던 코트디부아르는 북한을 3-0으로 제압했다. 정광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