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주 부산문화 대표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으로 상반기 준비한 공연들을 강행할지 연기를 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집합금지, 좌석 띄어 앉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현실에 아무리 좋은 공연을 만들어도 관객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준비한 공연을 비대면 온라인으로 하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티켓 판매 수익과 발품을 팔아 만든 후원금으로 공연경비를 충당해야 하는 대다수 공연 단체와 예술인들에게는 언감생심 꿈같은 이야기다.

30년 가까이 클래식 공연기획을 하고 있는 필자 역시 2년 전 닥친 코로나19에 많은 공연들을 취소, 연기해야만 했으며 조심스럽게 올린 무대들도 좌석 간 거리두기로 공연을 해왔다. 그러나 중세에도 팬데믹 이후에 많은 문화예술의 발전이 있었듯이 이러한 역경을 이기며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라 믿는다.

올해는 부산시 문화기관의 새로운 대표가 선임되어 이제 그 임기를 시작한다. 부산문화회관, 부산문화재단, 영화의 전당 등 세 기관의 수장이 동시에 선임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선임된 새 대표는 2+1년 최장 3년 동안 해당 기관을 운영하게 된다. 문화기관의 새로운 대표의 역량에 따라 조직의 성과를 이끌고, 그 조직을 통하여 조직의 구성원과 연관된 예술인과 예술단체, 그 곳을 이용하는 시민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재단법인 부산문화회관은 부산시민회관까지 통합 운영하는 대표적인 공공기관으로 공연장뿐 아니라 시립교향악단, 시립합창단, 시립무용단, 국악관현악단, 시립극단, 청소년교향악단이 속해 있는 부산시립예술단까지 관장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러나 전임 대표들이 모두 외지 출신이라 부산의 현황 파악에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노조와의 갈등으로 제대로 된 운영을 못한 경우들이 많았다. 필자는 전임 대표들과 만남이 있을 때마다 항상 노조와 상생의 길을 강조했으며 문화회관의 존재 이유가 예술가, 관객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직무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화회관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은 고객이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새 대표는 문화회관에 근무한 경험이 있고, 예술인 출신이라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부산문화재단은 여러 업무 중에서도 중요한 업무가 예술인들의 복지와 공연지원사업이다. 해마다 공모지원사업의 공정성 시비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불만의 핵심은 객관적인 심사가 이루어졌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해진 점에 있다. 공모심사에 탈락한 단체에 재단의 답변은 항상 심사위원 탓으로 돌린다. 모든 단체를 만족시킬 수 없겠지만 그래도 명확한 기준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번 선정되는 단체만 선정되어 공연예술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후원 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현실에서 예술인과 공연단체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재단지원금이란 사실을 명심해주길 바라며 공정하게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번에 선임된 문화재단의 새 대표는 낙하산 인사가 아닌 재단 생활본부장을 역임하였기에 조직 구성원들의 화합을 잘 이끌어 내리라 기대를 해본다.

필자는 30년 가까이 공연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시민들의 후원과 동참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인과 예술단체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후원회 조직이 필수이며 후원조직의 활성화가 부산의 문화와 예술을 꽃피우는 원동력이 되리라 믿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동목 시인의 ‘꼭 가야하는 길’을 통해 예술인과 예술단체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의 염원을 담아본다. ‘걸어가지 못하는 길을 나는 물이 되어 간다/흐르지 못하는 길을 나는 새벽안개로 간다/넘나들지 못하는 그 길을 나는 초록으로 간다/막혀도, 막혀도 그래도 나는 간다/혼이 되어 세월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