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치고 달리기] 쇼트트랙을 어떻게 좀…
스포츠부 기자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리는 세계의 ‘축제’다. 각 나라 선수들이 펼치는 세계 최고를 향한 노력과 열정은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감동 그 자체다. 선수들이 안겨주는 감동은 전 세계인들이 올림픽을 기다리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올림픽은 늘 그랬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축제였을까. 축제라고 말하기엔 부족하고 또 부족했다. 각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열정이 존중받지 못한 경기가 많았다. 쇼트트랙 경기는 더욱 그랬다. 석연치 않음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는 연이은 오심에 선수들의 역량은 살아나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의 올림픽 무대를 위한 4년의 노력은 누군가의 부정적인 의도로 무너졌다. 국민들은 이 같은 허망함을 안방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올림픽 정신의 기본은 공정과 정의다. 모든 출전 선수의 역량과 도전 의지는 존중받아야 한다. 누군가에 의해 침해당하거나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 종목마다 엄격한 경기 규칙을 세우고, 심판을 배치하는 것은 공정과 정의를 위함이다.
쇼트트랙의 경기 방식은 올림픽 정신과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111.12m라는 좁은 타원형 트랙에서 특정 선수의 공정하지 못한 행동이 다른 선수의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트랙 안쪽을 무리하게 파고드는 선수와 충돌해 넘어져 경기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다른 선수와의 충돌 없이 추월을 시도한 선수가 뒤따르던 선수의 오버액션으로 실격 당하기도 한다.
수많은 한국 국민들이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황대헌·이준서의 실격 판정에 분노한 것은 두 선수의 실력이 공정하지 못한 판정에 훼손당했기 때문이다.
쇼트트랙은 큰 변화가 절실하다. 쇼트트랙의 경기 방식은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쇼트트랙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이 존중받을 수 있는 여건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이 억울한 심판 판정이나 다른 나라 선수의 방해로 메달 도전이 좌절되는 경우가 더는 없어야 한다. 쇼트트랙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동계올림픽 때마다 살아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지 않을까.
잘 안다. 쇼트트랙을 폐지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쇼트트랙은 한국 대표팀을 지탱하는 중요한 종목이며, 쇼트트랙 빠진 동계올림픽은 재미가 없을 것이란 점도.
하지만 쇼트트랙은 반드시 경기 방식 변경을 포함한 큰 변화가 필요하다. 올림픽 메달을 위해 오늘도 피땀 흘리는 쇼트트랙 유소년과 프로 선수들의 경기력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큰 틀의 논의는 절실하다. 이 논의는 폐지까지도 생각하는 환골탈태의 수준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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