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승부수 떠오른 분권개헌·정치혁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4일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개헌과 아울러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제도 개혁,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도입을 동시 추진하겠다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이번 정치개혁안의 핵심은 ‘다당제 연합정치 보장’과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 완화’로 한국 정치의 고질병을 뿌리 뽑는 데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선을 목전에 두고 갑자기 나온 제안에 대해 쉽게 믿음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국민의힘을 제외한 국민의당·정의당·새로운물결 등 야당 후보들을 겨냥해 막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이기 쉽다.
민주당 정치개혁안 막판 승부수 던져
선거용 헛구호 그치면 국민 심판대에
야당들 역시 민주당의 진의를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장 “진정성 없는 정치 개악 쇼이고, 선거를 2주 앞둔 고육지책에 불과하다”고 맹비난에 나섰다. 국민의당은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선거연대나 후보 단일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정치개혁은 민주당의 오랜 약속이나 (이행하지 않는 등) 배신한 게 문제다”라고 했다.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도 “양치기 소년이 돼선 안 된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진정성 있는 실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업자득이라고 하겠다. 민주당은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정의당 등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어 무력화한 전례가 있다.
정치공학적으로는 정치 개혁을 고리로 한 가치 연대를 결성,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고립시킬 포위망을 구성해 초박빙 국면을 깨고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안을 외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승자독식 선거제도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지방이 살고 한국 정치가 바뀌기 위해서는 분권개헌으로 가야 한다. 국민들은 선거제도를 개혁해 실질적인 다당제를 구현하길 원하고 있다.
더 늦어서는 안 된다. 이번 대선은 분권개헌을 통해 정치혁신으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다. 비례성을 대폭 강화해 세대, 성별, 계층, 지역 등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25일 열리는 정치 분야 대선 TV토론은 정치개혁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이 드러날 마당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역시 제왕적 대통령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네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분권개헌을 하겠다는 합의에까지 이르기를 기대한다. 정치개혁은 진정성과 실천이 관건이다. 만약 민주당의 제안이 이번에도 선거용 헛구호에 그친다면 국민적인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