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니들이 게 맛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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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언 (주)백화수산 대표

2002년 한 상업 광고에서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유행어가 히트한 적이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서해안에서는 ‘꽃게’, 동해안에서는 ‘대게’와 ‘홍게’, 남해안에서는 ‘황게’라고 불리는 ‘깨다시꽃게’가 난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토종 게들이다.

동·서·남해안은 조류의 흐름, 수심, 펄과 먹이 등이 달라 잡히는 게의 맛도 다르다. 하얀 쌀밥 위에 올려 먹는 국민 밥도둑 ‘간장 게장’과 된장을 풀어 끓인 구수하고 달짝지근한 ‘꽃게탕’의 맛은 여러 게 중에서 서해 꽃게만이 가진 최고의 맛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 토종 게 중 서해안 꽃게 별미
중국 어선 불법 조업으로 어획 감소
최근 자원 방류 등 보호 노력 결실
어린 꽃게 남획·수입 금지 방안 시급

부산 남포동에서 충무동을 거쳐 송도해수욕장 방면으로 들어서면 왼쪽에 냉동공장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조금 더 가면 부산공동어시장을 지나 남부민방파제로 들어서게 되는데, 8월 초 무더위가 절정일 때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가을철 ‘수꽃게’와 찬바람이 부는 한겨울을 지내면서 배에 빨간 알이 꽉 찬 봄철 ‘암꽃게’를 잡으러 나가는 100t 규모의 근해통발 꽃게잡이 어선들이 배 위에 통발을 가득 싣고 출어 준비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각 어선에는 선장과 선원 13명이 승선하는데, 요즘에는 선원 중에 외국인도 많다.

어선들은 꽃게가 지나가는 서해의 길목에 일만여 개의 통발을 투망하고 걷기를 반복한다. 연평도부터 아래쪽으로 진도항까지 분포한 꽃게를 잡기 위해 내리쬐는 땡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출어 준비를 한다. 부산 선적인 이 어선들이 잡은 꽃게는 곧바로 살아 있는 상태로 선체 내에서 영하 40~60도로 급속 동결돼 대형 냉동창고에 보관된다. 어선들은 연간 일만 톤 이상을 비축할 수도 있다.

꽃게는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소화가 잘되며, 타우린을 다량 함유해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수산물이다. 특히 갑상샘 질병의 경우 꽃게를 각종 한약재와 달여 복용했다는 한방 기록도 있다. 에 꽃게는 성질이 차고 가슴에 열이 몰리는 것을 풀어 주며 음식의 소화를 돕고, 어혈로 인한 산후 복통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에는 ‘큰 놈은 지름이 두 자 정도이며, 뒷다리 끝이 넓어서 부채와 같다. 보통 게는 잘 기어 다니나 헤엄을 치지는 못하는데, 꽃게만은 헤엄을 잘 친다. 이것이 물에서 헤엄치면 큰바람이 불 징조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꽃게는 창자가 없는 생물로 ‘무장공자(無腸公子)’ 또는 ‘창자가 없는 귀공자’라고 하는데, 담력이나 기개가 없는 사람을 빗대 비웃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꽃게가 예로부터 한반도 서해안의 해역에서 서식하는 귀한 어종이며 우리 조상과 함께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꽃게의 어획량은 대체로 감소세다. 해양수산부 통계를 보면 꽃게 어획량은 2013년 3만 448t을 정점으로 2014년 2만 5242t, 2019년 1만 2306t, 2021년 1만 8835t으로 줄었다. 2011년에서 2016년까지 어획량이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수산인들이 서해안을 끼고 있는 지자체와 근해통발수협, 꽃게 어선 선주들과 함께 비용을 모아 서해안 꽃게 자원 조성을 위해 어린 꽃게 방류 사업을 수년간 해 왔다. 동해에서 사라진 국민 생선 명태처럼 서해 꽃게도 그렇게 사라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꽃게 어획량의 감소는 지구온난화와 해양쓰레기 등 서해의 오염이 큰 원인이다. 게다가 중국 어선의 싹쓸이 불법 조업도 한몫했다. 어린 꽃게나 아직 성체가 되지 않아 상품성 없는 꽃게까지 잡아 국내에 대량으로 수입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보호하는 금지 체장(갑장 6.4cm 이하)의 어린 꽃게로, 서해의 꽃게 자원 상태를 더욱 악화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수산물관리법상 보호 대상인 어린 꽃게가 통발에 들어오면 어린 꽃게만 선택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탈출구를 통발 옆면에 부착하도록 하는 등 보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산 어린 꽃게의 대량 수입은 여전하다. 금지 체장 이하의 중국산 어린 꽃게의 수입을 금지할 수 있는 조치가 시급하다.

몇 년 동안 어획량이 없어 애태우던 꽃게는 2021년 들어 예년보다 40% 이상 늘었다. 10년 만에 최대의 풍어다. 서해에서 수년간 집 나간 꽃게가 다시 돌아왔다. 우리 해경의 불법 단속으로 중국 어선이 크게 줄었고, 각 지자체의 꽃게 방류 사업과 불법 어획물 유통·판매 금지 등 꽃게 자원 보호를 위한 노력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요즘엔 탄소중립 선언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 수산물 보호 차원에서도 이는 중요하다.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민 수산물 꽃게는 동해의 ‘집 나간 명태’처럼 언제라도 집을 나가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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