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결집’ 가시화… 현 정부 실망 여론 변수
[대선 D-9 한신협 공동기획 민심 르포] 광주·전남
“민주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아 선뜻 마음이 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야당을 찍을 수 없는 노릇 아니냐?”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 정문에서 복삿집을 운영하는 김의태(49) 씨는 26일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서 누구를 찍겠느냐는 질문에 고개부터 절래절래 흔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이 많은 이 지역은 여전히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석된다.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절대 다수가 민주당 소속으로 여전히 막강한 조직력을 보이는 데다 민주진보진영 본산이라는 자긍심이 민심 저변에 폭넓게 깔려 있다. 또 제15·16대 대선에서 각각 94.61%, 93.38%의 몰표를 통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앞장선 곳이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80~90% 이상의 몰표를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30%대 득표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2030’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넓혀 가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인기가 조금씩 사그라들고, 민주당 결집 현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남 내 ‘샤이 이재명’이 대선 막판 ‘그래도 민주당’을 외치며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대를 웃돌던 윤 후보의 광주·전남 내 여론조사 지지율은 최근 1주일 새 15%미만으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바닥 민심이 이전과는 달라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힘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민주당 독점 호남, 낙후론’과 ‘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 계승’ ‘부패 청산’을 내세우며 민심을 파고들면서 민주당정부에 염증을 느껴 온 일부 유권자를 중심으로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나주와 목포, 무안, 보성, 강진 등 남도 곳곳에서 과거 대선 때와 달리 국민의힘 유세차, 후보 현수막이 많아졌다는 것도 피부로 느껴진다. 이전 대선까지만 해도 숨어서 선거운동을 하다시피 했던 국민의힘 선거운동원들이 기세등등하게 남도 곳곳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하는 것을 두고 격세지감이라고 표현하는 유권자들도 있었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3월 9일 선거에서 실제 표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전남의 정치 1번지 격인 목포에서 만난 김창환(70) 씨는 “이전 대선까지는 저쪽(국힘) 득표율이 높아 봤자 10%였는데 이번에는 바닥 분위기 이전과 다른 게 사실”이라며 “그런데 이게 막상 선거날 표로 연결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주일보=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