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에 불만 여론 높지만… ‘막판 돌발 이슈’ 최대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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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9 한신협 공동기획 민심 르포] 부산

“한 명은 신뢰가 안 가고, 다른 한 명은 불안하고. 정말 누구를 찍을지 모르겠습니다. 선거 막판에 또 어떤 이슈가 터질지도 모르겠고. 주변에도 결정 못한 친구들이 많아요.”

지난 26일 서면에서 만난 직장인 김준석(38) 씨는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뽑을 거냐’는 질문에 이렇게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3·9 대선을 앞두고 가 부산의 막판 민심을 가늠하기 위해 지난 25~26일 만난 유권자 상당수는 표심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힘입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앞서고는 있지만, 역대급 비호감 대결 속에 표류하는 부동층도 여전히 많았다.

이에 여야는 3·9 대선 레이스의 주요 승부처로 꼽히는 부산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화력을 집중한다. 공식 선거운동기간 첫날인 지난 15일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나란히 부산을 찾아 신고식을 했다. 또 이 후보는 27일 다시 부산 서면에서 대규모 유세전을 벌였고, 윤 후보도 이번 주 부산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선거 때마다 표심이 크게 출렁였던 부산의 중도 부동층 표심 공략을 위해 양측이 총력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부산 표심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 지난해 재·보궐선거를 오가며 이동이 컸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55.2%의 득표율로 37.2%에 그친 국민의힘 서병수 후보에 승리했다. 반면 지난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62.7%를 얻어, 34.4%의 민주당 김영춘 후보에 낙승했다. 3년 만에 25%가량의 중도층 표심이 여야를 넘나들며 이동한 셈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지난해 보궐선거에 이어 국민의힘이 부산의 주도권을 잡은 모양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지만, 시민들은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해운대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박 모(52) 씨는 “최근 코로나 추경이 추진돼 소상공인들의 숨통이 트였지만,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실망을 상쇄할 정도는 아니다”며 “TV토론회도 다 챙겨 봤는데 반전이 없었다. 자영업 하는 친구들과 대화해 보면 보수 대 진보 분위기가 대략 7 대 3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금정구에 사는 사회초년생인 정 모(27) 씨는 “집값 폭등, 조국 사태, 국민 갈라치기 등 현 정권과 여당에 대한 실망이 크다”며 “빅2 후보 모두 장점보다 단점이 너무 뚜렷하지만, 그래도 윤석열 후보가 상대적으로 더 깨끗하고 정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수영구에 사는 양 모(67)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뚝심 있게 많은 일을 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한 게 없다. 또 대장동 등 많은 의혹과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후보는 인간적으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윤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당보다는 능력에 초점을 맞췄다. 중구의 한 수산업체 직원인 김 모(46) 씨는 “코로나 팬데믹과 북한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 등 극복해야 할 국내외 위기와 과제가 많은데, 정치 초짜인 윤석열 후보보다는 행정 경험이 풍부하고 현 정부의 기조를 이어나갈 수 있는 이재명 후보에게 한 표를 주겠다”고 말했다.

북구에 사는 주부 박 모(37) 씨는 “정권교체가 되는 게 맞지만,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재명 후보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능력을 보고 뽑을 생각”이라고 했다. 은행원 이 모(52) 씨는 “윤석열 후보 주변에 검찰 출신이 포진해 윤 후보가 당선되면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젊은 층에서는 부산 출신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 의사를 나타내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대학원생 서 모(35) 씨는 “가장 능력 있고 정직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다만 이들 중 일부는 사표를 우려하기도 했다.

대선 공약은 후보 선택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가덕신공항 추진과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 등 양강 후보들의 부산 지역 공약이 별 차별성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 부산 득표율 목표를 45%로 정했고, 국민의힘은 65%로 잡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민주당은 40% 이상, 국민의힘은 60% 정도가 목표치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맞붙었던 18대 대선 때의 39.9%, 59.8%의 득표율을 각각 넘는 것이 과제다.

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9~20일 부산에 사는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오차범위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윤 후보가 52.0%의 지지율로 32.4%인 이 후보를 멀찌감치 앞섰다. 안철수 후보는 7.4%,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3.8%를 기록했다.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은 부산지역 ‘정권교체론’(54.4%), ‘국정 안정론’(32.7%)과 거의 비슷했다. 강희경·이승훈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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