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 버튼’ 들고 우크라이나서 세계와 맞선 푸틴
‘침략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위협 카드를 꺼내 들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TV 연설에서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 임무 돌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잇따르자 ‘핵 버튼’을 꺼내 우크라이나를 넘어 세계를 위협한 것이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원자력 발전국 우크라이나의 핵시설 2곳이 이미 러시아의 공격에 피해를 봤다는 가슴 철렁한 소식도 들린다. 핵 위협 속에서 지금도 원전이 돌아가는 가운데 한편으로 IAEA 조사관들은 핵시설 피해 규모를 조사하는 급박한 국면이 진행되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 소련 해체에 영향
핵전쟁 나면 모두가 패자일 뿐
푸틴의 이번 지시는 당장의 핵 공격보다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긴장 고조의 목적으로 보인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연설에서도 “우리를 방해하거나, 우리나라나 국민에 위협을 가하려는 자에게 러시아의 대응은 즉각적이며, 그 결과는 당신들이 역사에서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것이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아무리 계산된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강대국의 대통령이 이처럼 핵 공격을 거론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너무나도 호전적인 푸틴의 말과 행동 탓에 그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푸틴에게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의 최고 권력자였던 니키타 흐루쇼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그는 “핵전쟁이 일어나면 확실하고 분명해지는 사실은 거기에 남아 있는 잿더미가 자본주의의 잿더미인지 공산주의의 잿더미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1986년 당시 소련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체르노빌에서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숨진 사람이 9000명이다. 방사능 물질에 노출돼 암에 걸려 숨진 사람들을 포함하면 사망자가 11만 5000명에 달한다. 체르노빌 사고가 냉전 종식과 소련 해체에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푸틴은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 때문에 핵을 거론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예상치 못한 강력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부딪혀 수도 키예프 등 대도시 진입을 못 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대응 조치로 러시아 은행들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되면서, 루블화는 미국 달러 대비 30% 폭락했다.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 여론은 물론이고 심지어 러시아 내에서도 반전 시위가 발생하면서 전쟁의 동력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과거 소련이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전쟁의 수렁’에 빠진 악몽이 반복되는 게 아닌가 하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도자가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떠벌리면 세계를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다. 핵전쟁에선 승자가 없고, 오로지 패자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