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역패스 전면 중단, 정부 벌써 출구전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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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일부터 식당과 카페, 유흥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11종에 적용하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작과 함께 도입된 지 120일 만이다. 이와 함께 4월 1일부터 예정된 청소년 방역패스는 물론 50인 이상 대규모 행사·집회에 적용되던 방역패스도 해제된다. QR코드 확인 절차도 사라진다. 정부는 오미크론 특성에 맞춘 정책 개편으로 출구전략의 시작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국민은 그렇게 보고 있지 않은 듯하다. 게다가 지금은 확진자가 폭증하는 때다. 앞으로 정부의 전체 상황 관리와 국민 개개인의 자율방역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1일부터 11종 시설·대형 행사 모두 해당
전체 상황 관리·자율방역 중요성 더 커져

사실 정부의 방역패스 정책은 국민 반발과 동시다발적 소송으로 이미 누더기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정부의 이번 결정이 다소 급작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지난달 24일까지만 해도 ‘중증·사망 위험이 높은 미접종자 접종 유도’를 이유로 방역패스 중단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그런 정부가 불과 4일 만에 갑자기 결정을 바꿨다. 법원의 해제 결정과 지역 간 형평성을 고려한 측면도 있겠으나, 대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일부의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일리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한 방역 정책에서 정부 메시지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피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방역패스 해제 시점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소 갈린다. 특정한 장소·시간과 무관하게 급속히 확산하는 오미크론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방역패스의 효용성은 이미 많이 떨어져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유행의 정점에 도달하기 전에 방역패스를 중단하면 잘못된 신호를 줘 확산세가 더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문제는 아직도 오미크론의 정점이 어디쯤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없애야 할 방역패스지만, 지금이 바로 그때인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따라서 앞으로 방역패스 해제 이후 정부의 정책 방향이 더욱 주목된다. 방역패스 해제가 방역 방치로 인식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방역패스 해제가 정부의 발표처럼 출구전략의 시작이 아니라면 요양시설이나 미접종자 등 감염 취약 요인에 대해 더 세밀하고 체계적인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 방역패스 중단으로 현재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정책 수단 중 남은 사적 모임·영업시간 제한에 대해서도 완화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의료 역량과 확진자 추이를 감안해 오직 방역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또 방역패스 중단이 곧 코로나 종식이 아닌 만큼 국민도 자율방역 방침에 따라 개인 수칙 준수에 끝까지 소홀해선 안 되겠다. 정부는 이런 모든 기류를 종합해 국민 불안을 불식하면서도 안정적인 상황 관리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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