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거리 대신 유튜브·휴대폰… 비대면 유세로 Z세대 잡는다
선거 유세 트렌드가 TV에서 유튜브로, 거리에서 휴대전화 안으로 옮겨왔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고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 유권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일부 Z세대 유권자는 거리 유세, 종이 선거 공보물 등에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디지털 채널에서도 거리 유세 모습이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 유세의 영향력은 유효하다고 분석한다.
거리 유세·종이 공보물에 무관심
디지털 활용 Z세대 유권자 17%
디지털 큰손 40~50대도 함께 겨냥
후보 ‘숏폼’ 등 온라인 적극 활용
전문가 “거리 유세 사라지지 않아”
지난달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내 선거인명부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4416만 8510명 가운데 디지털 환경을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18~29세 유권자)는 모두 757만 명(17.1%)이다. ‘디지털 미아’에서 최근 ‘디지털 큰손’으로 떠오른 40~50대도 1677만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38%에 달한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대선 후보들은 대면 유세 못지않게 온라인이나 비대면 유세전에 힘을 쏟는다. 특히 최근 대세 온라인 콘텐츠로 꼽히는 ‘숏폼’(길이 1분 이내 짧은 영상) 활용이 두드러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은 1월 초 유튜브 공식 채널에 ‘이재명 심는다’는 내용의 숏폼 영상을 올려 호응을 얻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웃음거리로 삼는 ‘탈모’ 이슈를 접목시켜 ‘뽑는다’는 표현 대신 ‘심는다’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도 이에 맞서 이준석 당대표와 원희룡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함께 출연한 숏폼 영상을 선보였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계층별 3가지 공약을 홍보하는 ‘심3정’ 숏폼 시리즈를 내세웠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은 Z세대가 열광하는 OTT 서비스 ‘넷플릭스’를 패러디한 ‘안플릭스’를 출시해 안 후보가 출연한 영상 콘텐츠 아카이브를 제작했다.
아날로그 거리 유세에서도 ‘어떻게 언택트를 실현하는가’가 차별화 전략이 됐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6일 경기도 파주에서 차량에 탑승한 지지자들이 이 후보의 연설을 듣는 방식의 ‘드라이브 인’ 유세를 펼쳤다. 윤석열 후보 캠프도 앱 ‘유세의힘’을 활용해 실시간 집중 유세 위치, 시민연설 신청 접수 등을 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화려한 유세전이 펼쳐지자 Z세대 유권자들은 전통적인 거리 유세에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정 모(26·부산 동구) 씨는 “거리 유세 현장을 지나갈 때마다 ‘정말 저것도 홍보 효과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공약을 알리기보다 후보자 번호만 강조하며 춤추는 모습을 보면 그저 공해처럼 여겨진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 시국에도 후보들이 번화가에 오면 많은 사람이 몰리는 데, 일반 유권자에게는 별 영향이 없는 세력과시용 전략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집집마다 종이로 전달되는 선거 공보물도 Z세대 유권자들은 형식적인 서류로 취급한다. 안 모(25·부산 사하구) 씨는 “며칠 전 집으로 공보물이 배송됐는데 아직 봉투를 뜯어보지도 않았다”며 “온라인에서 후보자 관련 내용을 대부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공보물을 굳이 살펴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권자의 세대교체에 따른 유세 전략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아날로그 거리 유세의 효과가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거리에서 펼치는 유세는 물리적 현장 안에서의 영향력보다, 매체를 통해 후보의 현장 활동과 말이 재생산된다는 데서 더 의미를 갖는다”며 “또 온라인으로만 유세를 펼치면 특정 소비계층에게만 메시지가 전달되는 단점이 있어 계층 구분 없이 메시지가 전달되는 거리 유세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