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유탄 맞은 명태 수입… 어묵값도 오를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국 정부가 대러 제재를 검토 중인 가운데,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명태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자원고갈로 국내에선 2019년부터 명태 포획을 금지하고 있어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이 중 80% 이상이 러시아산이기 때문이다.
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정부의 대러 제재에 대비해 해수부는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명태 등 수산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해수부 원양산업과 관계자는 “아직 대러 제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이고, 이에 대해 자세히 밝힐 수는 없다”고 전했다.
정부 ‘대러시아 제재’ 검토 중
국내 명태 80%가 러시아산
‘수입처 막힐라’ 수산업계 비상
어묵 등 가공품 가격에도 영향
국내에서 유통되는 약 80% 이상의 명태는 러시아산이다. 한국원양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합작사 조업량 등을 포함해 한국으로 들어온 명태는 전체 21만 t(톤) 중 83%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미국산 등이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와의 합작을 통해 조업을 하거나, 러시아로부터 쿼터를 할당받아 명태 조업을 한다.
특히 명태는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대표적인 수산물 중 하나로 고급 어묵의 재료 등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명태 어획량은 1990년대 1만 t에 이르렀으나, 2000년대 들어 어획량이 급감해 10여 년 전부턴 어획량이 ‘0’에 가까워지면서 2019년부터는 연중 포획이 금지된 상태다. 사실상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전체로 보면 수산물이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지만, 대체재가 부족한 명태와 같은 어종에는 타격이 클 것”이라며 “특히 명태는 고급 수산물가공품의 재료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대러 제재가 본격화되면 어묵 등 가공품의 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때문에 명태 등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어종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유사시를 대비해 비축해 두는 물량이 일부 있고, 명태 조업은 5월부터 시작해 아직 시간이 남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최근 설 명절 때 정부비축 물량이 일부 풀린 데다가, 중국의 러시아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해제로 명태 환적 물량이 빠져나가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명태 조업이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 조업을 통한 반입이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명태 조업은 통상 5월부터 12월에 이뤄진다.
한편, 부산시와 정부 등은 러시아 제재에 대비해 업계 피해를 막기 ‘비상 전담 창구’를 가동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략물자관리원 내 ‘러시아 데스크’를 지난달 24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도 지난달 28일부터 우크라이나 사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지역 상공계, 산업별 대표 등과 ‘비상 대응 지원단을 꾸렸다.
한국원양산업협회 관계자는 “아직 뚜렷한 대러 제재 내용이 나온 상황이 아니라 정보를 공유하면서 지켜보고 있다”라며 “입어를 하지 못할 때에 조업구역이나 선사와의 문제 등에 대해서 지금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