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래의 메타경제] 공약은 지역에서 더 중요하다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맞아, 유권자의 정책 성향에 맞는 지지 후보를 알아볼 수 있는 ‘후보 선택 도우미’를 운영하고 있다. 몇 가지 주요 정책들에 대해 동의하는 정도를 선택하면 종합적으로 어느 후보의 정책과 자신의 성향이 더 가까운가를 판단해 주는 것이다. 간단하게 자신의 정책 성향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 있고 유익한 도우미이다.
지역 화두 사라진 ‘이상한’ 대선이지만
개인·지역 모두 공약에 더 민감해져야
‘후보 선택 도우미’ 같은 플랫폼 아쉬워
그래서 재미 삼아 친구 몇 명과 좀 이색적인 정책 성향 테스트를 해 보았다. 사전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적어 놓고 정책 성향 테스트가 제시하는 후보와 비교해 보는 실험이다. 그런데 의외로 불일치도가 높았다. 정책 성향상 선호하는 후보와 실제 마음속으로 지지하는 후보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었다.
물론 후보에 대한 지지가 정책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불일치가 나온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정책에 앞서 많은 사람은 정당과 인물 특히 정당의 기준으로 미리 판단한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정책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후보자들은 매일 공약을 발표하고 토론을 통해 치열하게 공약을 검증하고 있다. 정책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당과 인물 못지않게 정책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즉 공약 민감도가 매우 높은 사람들이 선거에서 의외로 중요한 기능을 한다. 흔히 중도층 또는 부동층으로 부르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공약에 더 민감성을 보이는데, 이들로 인해 선거가 선거다워지고, 막바지까지 공약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역 전체가 공약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공약의 진지함과 실행성은 높아진다. 지역감정이 지배하였던 과거를 돌아보면 이는 자명해진다. 지난날 많은 유권자가 지역감정에 매몰되어 ‘묻지마’ 투표를 하였을 때는 공약과 정책은 거의 중요하지 않았다. 지역발전을 위한 아주 좋은 공약을 제시하여도 그에 대한 반응은 매우 낮았다. 실제로 과거 대통령들이 부산의 현안을 챙기고 숙원 사업을 해결해 준 것을 비교해 보면 선거 때 받은 지지율과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일주일 후의 선거를 앞두고 ‘이런 선거’는 없었다고 얘기하지만 선거 행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언제나 ‘이런 선거’였다. 그렇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이런 선거’가 없었던 것은 맞다. 하루가 다르게 수도권으로 경제와 인구가 집중되고 지역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도 균형발전이 시대정신이 되지 못하는 아주 이상한 선거를 보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인구의 절반이 이미 수도권에 몰려 있어 수도권이 선거의 판도를 좌우하는 상황 때문일 것이다. 그와 함께 지역민들 스스로 균형발전에 대한 기대를 놓아 버리고 수도권 중심의 선거 논리에 묻혀 버리고 만 것도 이상한 선거가 되게 만든 원인일 수 있다.
실제로 부산이 원하는 공약과 관련하여 수용을 촉구하는 수많은 기자회견이 있었고 토론회가 있었지만 공약을 진지하게 비교하고 따져 보는 노력은 없었다. 기자회견에서 나온 공약을 정당들이 받아쓰고 또 서로 베끼는 과정에서 정당 간에 공약들이 유사해지는 경향 속에서도 감출 수 없는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진솔한 비교와 평가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정책의 진지함과 이행 의지는 시민들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과거 어느 대통령 선거보다도 이번의 대선은 지역 정서가 약화된 상황에서 치러지고 있다.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은 인물과 정책인데, 특히 지역의 입장에서는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약’에 유권자들이 더욱 민감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약이 시민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국 차원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도와주기 위해 만든 ‘후보 선택 도우미’ 같은 플랫폼이 부산에서도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뒤늦게 해 본다.
부산이 구상하고 있는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 공공기관 추가 이전, 블록체인특구 활성화, 엑스포 유치와 북항재개발 등 부산 발전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에 대해 각 후보가 어느 정도 약속을 하는지를 점수화하여 유권자들이 바라는 정도에 비추어 비교할 수 있도록 하였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뒤늦은 후회이다.
그랬으면 후보자들의 공약 경쟁을 유도하고 공약에 더 진정성을 담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유권자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가 공약에 더 민감해져야 하고, 공약을 제대로 비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꼭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이지만 공약을 비교해 볼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