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인파산 급증, ‘코로나 음지’ 내몰린 부산·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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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부산·경남의 개인파산 신청이 급증했다고 한다. 법원 통계에 의하면 개인파산 신청은 전국적으로도 코로나 이전인 2018년에 비해 13% 늘었다. 그런데 부산·경남은 이보다 훨씬 심각해 각각 약 19%와 26%나 급증했다. 모두가 힘든 상황 속에서도 부산·경남의 코로나 생채기가 더 깊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고령층을 비롯해 비정규직 등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코로나의 그늘이 짙었다고 하니 안타깝다. 다행히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대출 만기연장 등 유예 조치는 지난달 말 다시 6개월 연장돼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코로나 불황으로 인한 가계부채는 여전히 개인파산의 뇌관으로 남아 있다.

평균치 크게 상회… 지역경제 취약성 반영
지역별·연령별 맞춤형 지원 계획 서둘러야

개인파산 증가 추세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부산지법에 접수된 건수는 총 3126건으로 2018년의 2631건보다 약 500건이 늘었다. 창원지법에 집계된 경남 현황은 3708건으로 3년 전 2947건에 비해 무려 800건 가까이 폭증했다. 반면 개인회생 건수는 같은 기간 10% 정도 줄어 서민경제의 타격이 심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부산·경남은 개인파산 증가세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아 대기업과 정규직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경제 구조의 취약성을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냈다. 지역경제의 취약성이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소시민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현상은 고령층의 개인파산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개인파산 신청자 중 60대 이상의 고령층은 201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사업에 실패했거나 별다른 일거리를 찾지 못해 수입은 없고 빚만 늘어난 고령층이 많았기 때문이라는데, 초고령사회 부산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안 그래도 노인 인구가 많은 부산에서 이유야 어떻든 간에 개인파산으로 인한 노인층의 빈곤화가 고질화한다면 이는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노인의 개인파산은 한 개인의 생활 문제가 아닌 도시 전체의 사회안전망 차원에서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종식 시점을 여전히 단언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지금의 개인파산 증가세도 앞으로 더 이어질 것으로 봐야 한다. 개인파산의 뇌관으로 꼽히는 전국의 대출 원금과 이자 총액만 150조 원에 달하는데, 더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다행히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6개월 연장됐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한 부산·경남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수백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코로나 지원금에도 현 실태가 이렇다면 앞으로 정부 대책도 확 달라져야 한다. 지역별, 연령별, 업종별 여건을 고려한 맞춤 지원 계획과 함께 한편으로 장기적인 가계부채 감소 대책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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