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부산 청년, 플래시몹 뜨거웠다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은 소녀가 무대 위에 오른다. 광장을 향해 독립을 구하는 애달프게 노래하던 소녀는 이내 무대에서 내려와 관객 앞으로 달려온다.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소녀의 선창에 곧 시민들이 화답하듯 제창한다. 소녀의 이름은 유관순이었다. 유관순 열사의 만세는 안중근 의사를 불러냈다. 북두칠성이 수놓아진 손수건을 주머니에 단 일곱 명의 안무가들이 광장 위에 나타났다. 안중근의 아명인 안응칠은 ‘북두칠성의 기운에 응해 태어났다’는 뜻이다. 현악기 선율 사이로 안무가들이 절도 있는 군무를 선보인다.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의 안중근 의사를 연상시키듯, 손을 권총 모양으로 만들어 쏘는 동작을 보인다. “코레아 우라.”(러시아어로 대한민국 만세)
지역 대학생·청년 60여 명 참여
광복로서 ‘오늘의 3·1운동’ 공연
안중근 의사 ‘평화’ 사상 등 춤으로
만세 삼창으로 시민 참여 유도도
광복절엔 김구 조명 프로젝트 준비
의거를 마친 안 의사의 일성이 광장에 울린다.
파란 상의에 빨간 바지를 입은 사내가 헤드 스핀을 한다. 역동적인 몸짓에 바지가 벗겨지며 차례로 흰색, 검은색 타이즈가 드러난다. 사내의 뒤로 안무가들이 서서히 태극기를 들어 올린다. 이들이 착용한 신발에는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시민들로부터 박수가 쏟아진다.
3·1절을 맞아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평화 사상과 3·1 운동의 자유 정신을 춤으로 조명하는 청년들의 플래시몹이 부산에서 열렸다. 1일 오후 4시 부산 중구 광복로 시티스폿에서 플래시몹 ‘별의 춤:오늘날의 3·1운동, 안중근 의사에게 모두의 이름으로 보내는 자유와 평화의 춤!’이 진행됐다. ‘별의 춤’은 만세 삼창을 모티브로 부산 청년들이 직접 제작한 음원과 안무로 창작한 15분 분량의 공연이다. 플래시몹을 이루는 안무와 음악은 만세 삼창을 ‘비언어적’ 수단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다. 안중근 의사 의거와 1919년 3월 1일 그날의 하나된 외침, 오늘날 평화와 자유에 대한 우리의 바람을 담아냈다.
문화기획팀 ‘새롭게 일렁이다’가 이날 기획한 프로젝트에는 부산지역 대학생과 청년 60여 명이 참여했다. 현장에는 400여 명의 시민이 찾아 공연을 지켜봤다. 강채연(20·여·부산 남구) 씨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바탕에 독립운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홍선영(20·여·부산 남구) 씨도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보며 치열했던 독립운동을 떠올릴 수 있었다”며 “독립운동가들의 삶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서 오후 1시에도 중구 영주동 중앙공원에서 한 차례 플래시몹을 펼치기도 했다. 주최 측은 비폭력, 평화적 의사소통 수단인 ‘춤’을 통해 관객들에게 안중근 의사와 3·1운동을 기리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행사를 기획한 ‘새롭게 일렁이다’ 조현찬 대표는 “안중근의 삶에 대해 조사하면서 평화와 자유가 맞닿아 있다는 점을 배웠다”며 “자유를 갈망하며 시민이 주축이 돼 일어난 3·1 운동을 기념하며 자유와 평화를 춤으로 아울러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 유관순으로 분해 노래를 부른 최지혜(29) 씨는 “한국의 독립운동 영웅들을 기억하고, 독립을 보지 못하고 숨진 그들에게 자유롭고 평화로운 조국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새롭게 일렁이다’는 부산의 청년 문화기획팀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 주축이다. 지난해에는 모바일 전시 프로젝트 ‘8·15 새롭게 일렁이다’를 통해 유관순 열사의 삶과 정신을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오는 8월 15일 광복절에는 김구를 조명하는 세 번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조 대표는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많은 이들의 희생과 대가에 따른 결과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독립운동가 이야기를 담아냈다”며 “앞으로도 독립을 실현시켜준 모든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아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 참여한 안무팀 백의 소속 임영환(29) 안무가는 “독립운동가를 기억하는 ‘일렁임’을 다 함께 이어가면 좋겠다”고 했다.
김동우·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