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만에 끝난 ‘빈손 회담’… 러, 진공폭탄 사용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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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고멜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단이 회담을 하고 있다(맨 위). 26일 루마니아 한 호텔 난민 쉼터에서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인형놀이를 하고 있다(가운데). 28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인근 한 학교가 러시아군과의 전투로 파괴돼 있다. AP·AFP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 닷새 만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첫 회담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성과 없이 끝났다. 오히려 회담 중 포성은 더 커졌고, 민간인 대상 폭격과 대량살상무기 사용 등으로 전쟁은 더 잔인해졌다.

외신 등 잇따라 목격담 보도
우크라, EU 가입 신청 서명
대러 협상 카드 활용 가능성
2차 회담 예고… 전 세계 촉각

■공세 강화 러, 대량살상무기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량살상무기로 통하는 ‘진공폭탄(vacuum bombs)’을 썼다는 주장이 우크라이나 측에서 나왔다. 진공폭탄은 폭발 당시의 고열과 고압으로 사람의 호흡기를 망가뜨려 죽이는 무기다. 반경 내에서는 숨어 있는 사람까지 살상이 가능하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미국 의회 보고를 마친 뒤 “러시아군이 오늘 진공폭탄을 사용했다. 이는 제네바 협약에 의해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진공폭탄은 ‘방사능 없는 핵폭탄’으로 불리며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무차별적이고 파괴력이 커 비윤리적인 대량살상무기로 인식된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1994년 1차 체첸전쟁 등에서도 진공폭탄을 투하했다.

진공폭탄 사용 사실이 공식 확인된 바는 없지만 앞서 지난달 26일 CNN은 “취재팀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도시인 벨고로드에서 진공폭탄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 발사대 TOS-1 또는 TOS-1A를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집속탄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집속탄 공격으로 민간인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집속탄은 투하되면 모체가 공중에서 파괴되면서 새끼 폭탄 수백 개가 표적 주변에 흩뿌려져 불특정 다수를 살상한다. 특히 새끼 폭탄의 일부는 불발해 지뢰처럼 지상에 남아 후세대에까지 피해를 입힌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핵전력 강화 준비태세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3대 핵전력으로 불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폭격기를 운용하는 부대 모두가 비상 태세에 들어간 것이다.

미국, 영국 등 서방은 핵전쟁 비화 가능성에 대해 단호하게 부정하며 사태가 핵위기로 비화하지 않도록 긴장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협상 성과 없어…우크라 EU 가입신청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연합(EU) 가입 신청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당장 가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러시아 견제와 유럽의 지지를 얻기 위한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모든 유럽인과 함께하고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면서 EU에 “특별 절차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즉각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날 “우크라이나는 우리(EU)의 일부이며 우리도 그것을 원한다”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가입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입 절차에만 최소 수년이 걸리는 데다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추진에 반발해 일어난 일인 만큼, 러시아 견제와 협상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날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에 가까운 벨라루스 고멜주에서 처음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5시간여 동안 진행된 첫 번째 회담은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지는 못했다. 그러나 양측은 일부 합의가 가능한 의제를 확인하고 다음 회담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표단 단장은 “우리는 모든 의제에 대해 상세히 논의했다”며 “합의를 기대할 만한 일부 지점들을 찾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회담 후 비디오 연설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결과물을 얻지는 못했다”면서도 “일부 시그널은 얻었다”고 설명했다. 다음 회담은 며칠 내로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서 열기로 해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의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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