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제재에 휘청이는 러 경제
서방 세계의 초고강도 경제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가 예상보다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세계 4위에 해당하는 6310억 달러(한화 약 752조 원) 외환보유고를 가진 러시아의 루블화가 국제사회 제재에 곧바로 폭락한 배경은 장부상과 실제 외환보유고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유 외환 중 3분의 2에 육박하는 4000억 달러가 외국 금융기관에 보관돼 있다. 이는 불안정한 루블 가치를 담보하고, 수출입 거래 편의를 위한 조치였다.
블룸버그는 루블화가 붕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자 러시아인들은 현금을 찾아 달러를 사려고 안간힘을 썼다. 28일(현지시간) AP·AFP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이후 러시아 곳곳의 현금인출기 근처에는 현금을 찾으려는 인파가 장사진을 이뤘다. 안톤 자하로프 씨는 “우리는 1998년에 이런 대재앙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은행과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말했다. 옛 소련 붕괴 직후 혼란이 극심했던 1990년대 중·후반 러시아는 ‘국가 부도’ 사태를 겪었다. AP는 당시 치솟는 물가로 서민들이 고통받았고, 많은 은행 고객이 예금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러시아 중앙은행은 1만 루블화 액면가를 10루블로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단행했다.
NYT는 물가 상승 등 충격파가 가시화하면 전쟁을 둘러싼 불만은 더욱 커질 것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입지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