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에 거북이 버리지 말아주세요” 난감한 해운대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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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청이 청사 앞 정원 연못에서 키우고 있는 거북이들. 거북이 개체 수가 늘면서 확장해 만든 ‘거북이 동산’에는 현재 70여 마리가 있다.

부산 해운대구청은 최근 청사 앞 정원 연못의 ‘거북이 집’을 확장했다. 처음에는 기증을 받아 키우기 시작한 거북이 개체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건 시민들이 키우던 거북이를 이 곳에 몰래 두고 갔기 때문이다. 구청 측은 늘어나는 거북이 관리에 난감한 상황이다.

2016년부터 주민들에 기증받아
거북이 유기 늘며 개체 수 급증
구청 “집 늘렸지만 관리 어려워”

1일 해운대구청에 따르면 구청은 2016년 예산 8억 9000만 원을 들여 담장을 허물고 청사 앞에 족욕장, 바닥분수, 야외무대 등 시설을 갖춘 ‘열린 정원’을 완공했다. 주차장 일색이던 공간이 족욕을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구청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비단잉어 등을 키우던 연못을 정비하면서 연못에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거북이를 사육하기로 했다. 구청은 이를 위해 거북이 동호회 인터넷 사이트에 ‘거북이를 기증받는다’는 글을 올렸다.

부산은 물론 서울, 청주 등 전국에서 기증 문의가 빗발쳤다. 구청 직원이 고속버스 터미널에 가서 직접 거북이를 받아오기도 했다. 구청은 기증받은 거북이가 45마리가 되자 더이상 기증을 받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구청은 연못에 ‘거북이 집’을 만들어 거북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기증한 사람이 20년 넘게 키우던 거북이를 보러 주말마다 해운대구청을 찾기도 했고, 가족에게 키우던 거북이를 보여주기 위해 연못 앞에서 영상통화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거북이는 해가 갈수록 개체 수가 점점 늘어나더니 한때 80마리를 넘기기도 했다. 구청 연못이 거북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시민들이 집에서 키우던 거북이를 몰래 갖다 놓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거북이가 성체가 되면 배설물 냄새로 물을 자주 갈아줘야 하는 등 관리가 힘들어진다. 난감해진 해운대구청은 지난해 말 예산 451만 원을 들여 거북이 집을 확장했다. 가로 약 3m, 세로 2m에 달하는 네모난 수조 형태의 집에는 ‘거북이 동산’이라는 이름도 생겼다.

연못 물에 반쯤 잠긴 형태의 거북이 동산에는 거북이가 일광욕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추위를 막기 위한 히터, 물을 정화하는 정화시설, 산소 공급 시설 등이 있다. 지금은 30cm에 달하는 성체 거북이들과 새끼 거북이를 포함해 70여 마리가 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거북이를 두고 가는 경우는 많이 줄었지만 구청은 시민들에게 거북이를 버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해운대구청 재무과 박성운 주무관은 “거북이는 일광욕이 중요해 많은 사람들이 환경이 좋은 연못에 거북이를 두고 가는 것 같다”면서 “거북이 집을 확장했는데도 거북이가 너무 많다는 민원이 있어 부디 자제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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