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힘 실린 부산외대 땅, ‘아파트숲’ 가능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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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시장 ‘개발방향’ 발표

부산시가 남구 우암동 옛 부산외국어대 부지에 대해 공공성을 강조한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민간사업자가 사익을 부풀릴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는 부지 일부를 기부채납받아 ‘게임 메카’로 조성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당초 구상안보다 공원·녹지 등 공공용지는 줄이고 주거시설 개발이 허용되는 복합시설용지는 되레 늘렸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일 오전 11시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개발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부산시는 옛 부산외대 부지에 대한 개발 가이드라인을 민간사업자에게 제시했다”며 “주거용지 비율은 줄이고, 업무용지 비율을 늘려 ‘게임 콘텐츠 비즈니스 파크’ 시설을 도입해 게임 메카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주거비율 38%로 LH안과 비슷
업무용지 1만 2906㎡ 공공기여
기부채납 부지엔 게임산업단지
공원·녹지·도로비율은 더 줄고
주거용 개발 가능 복합용지 늘어
아파트·생숙 제지할 방안 없어
업자 사익 부풀릴 가능성 배제못 해

지난해 6월 옛 부산외대 부지를 매입한 우암개발PFV(주)는 지난해 12월 말 부산시에 ‘부산외대 부지 개발 계획 검토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신청서에는 1359세대 규모의 아파트 건립 계획 등이 담겨 사업자가 개발이익 극대화에만 혈안이 됐다는 지역사회의 비판(부산일보 2022년 1월 11일 자 1면 등 보도)이 잇따랐다.

부산시는 이날 제시한 가이드라인에서 우암개발PFV가 신청서에서 제안한 주거용지 비율 46.4%을 38%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부산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계획했던 공영개발 방안의 주거용지 비율 38.5%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옛 부산외대 부지에서 주거 비율을 38%로 제한하면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면적은 4만 9126㎡로, 세대수 규모도 1395가구에서 1010가구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부산시는 가이드라인에서 공원·녹지와 도로 비율은 대폭 줄이는 대신 업무·복합용지를 대폭 늘렸다. 부산시는 업무·복합용지 면적 비율을 민간사업자가 제안한 18.2%보다 훨씬 상향한 39.1%(업무용지 16%, 복합용지 23.1%)로 늘렸다.

이렇게 되면 건물이 들어서지 않는 공원·녹지·도로를 제외한 개발 가용 부지는 오히려 64.6%에서 77.1%로 크게 늘어난다. 결국 공원과 녹지 등 공공용지 면적을 줄여 민간사업자의 개발 범위를 확대해준 것으로 풀이돼 또 다른 특혜 시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업무·복합용지 중 업무용지 일부인 1만 2906㎡(전체 부지 면적의 10%)를 공공기여 명목으로 기부채납받아 게임 콘텐츠 비즈니스 파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게임 산업 인프라를 제외하고 민간사업자가 개발하는 업무·복합용지(전체의 29.1%)에도 게임 관련 민간 기업을 유치해 게임 산업 집적화를 이루겠다는 게 부산시의 목표지만 강제성은 전혀 없다.

특히 복합용지는 산업시설(공장), 지원시설(상업, 판매, 업무, 주거시설 등), 공공시설이 모두 들어설 수 있는 용지다. 민간사업자가 복합용지에 공동주택이나 생활형 숙박시설 등 사실상의 주거용 시설을 개발한다 해도 막을 도리가 없다.

박 시장은 복합용지가 또 다른 주거단지로 전락할 우려에 대해 “게임 산업을 유치할 때는 그에 걸맞은 ‘호스피탈리티’(관광·접객 관련 시설)가 필요하다”며 “그런 것이 들어가겠지만 일반적인 아파트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민간이 개발하는 업무·복합용지에도 국내외 게임 콘텐츠 관련 기업이 유치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게임 콘텐츠 비즈니스 파크가 조성되면 게임 산업 관련 종사자에게 공동주택을 특별분양하는 등 입주 유인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지 기부채납을 제외한 추가 공공기여 방안은 향후 사전협상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민간사업자가 구체적인 건축계획을 제출하면, 전문가 의견수렴과 도시공동건축위원회 자문을 거쳐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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