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탐정 코남] #15. 해운대구청엔 왜 거북이 70마리가 있을까?
부산의 모든 궁금증을 직접 확인하는 '맹탐정 코남'입니다. 황당하고 재미있는 '사건·사고·장소·사람'과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한 발짝 물러서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여러 가지. 유튜브 구독자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사건 개요>
'맹탐정 코남' 시리즈 중 동물이 주인공인 에피소드가 꽤 많다. 동래 길고양이, 온천천 수달, 동천 오징어, 기장 공룡화석 등. 동물 전문 유튜버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이번에도 동물이다. 주인공은 거북이. 해운대구청 연못에 거북이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구청에 거북이 한두 마리가 뭐 대수라고 이러냐 싶지만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바로 거북이가 무려 70마리가 넘는다는 것, 거북이는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인가? 도심 속 비둘기처럼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인가? 거북이들이 아쿠아리움도 아닌 구청에 많이 있는 이유는 뭘까? 해운대구청의 새 마스코트인가? 누가 키우는 걸까? 많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맹탐정이 직접 거북이를 만나러 가봤다.
<현장 검증>
엄마, 아빠 거북이가 보고 싶어요
물론 비교적 사이즈가 큰, 아니, 사람을 태우고 다닐 정도로 커다란 바다 거북이와 육지 거북이를 보려면 아쿠아리움으로 가는 게 맞다. 그러나 귀여운 사이즈의 민물에서 사는 반수생 거북이들을 보고 싶다면? 아이들과 함께 해운대구청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즘 대부분 구청들은 리모델링을 통해 접근성이 높아졌다. 해운대구청도 마찬가지다. 구민에게 휴식과 문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담을 허물었다. 2015년 12월 1일 '열린 정원'이 시민들에게 열렸다. 약 300평이 조금 넘는 규모. 수십 그루 해송과 연못, 산책길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사용이 중지된 상태지만 온천수가 샘솟는 족욕장도 시민들에게 인기였다. 과거 행정관서의 정원으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아름다운 모습으로 1987년 '대한민국 100대 정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열린 정원 연못 한 쪽에 '거북이 동산'이 있다.
진짜 70마리가 있나?
제보를 받고 나섰지만, 그래도 과장이 조금 섞여 있다고 생각했다. 거북이가 단체 생활을 하는 동물도 아니고 70마리가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 연못을 둘러봤다. 비단잉어로 보이는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유유히 움직이고 있다. 물고기 먹이를 자판기에서 팔고 있다. 그 주위에서 비둘기들은 바닥에 떨어진 먹이를 주워 먹고 있다. 연못 위로 낚싯줄이 얼기설기 연결되어 있다. 왜가리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한 줄이다.
구청을 마주 보고 왼쪽 거북이 동산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미니 사이즈 수영장 같은 구조물 안에 시커먼 덩어리들이 모여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들여다봤다. 눈이 안 좋은 맹탐정은 한참을 보고 나서야 그게 '거북이들'임을 깨달았다. 옹기종기 거북이들이 모여있었다. '엉금엉금'이라는 의태어 딱 그대로다. 수를 세어봤다. 하나, 둘, 셋… 60을 넘어 숫자는 80을 향해갔다. 크기는 제각각이었지만 등딱지 문양이 비슷해 보여 헷갈렸다. 수를 세는 게 의미가 없다. 거북이 동산, 그 이름처럼 징그럽게 많다. 거북이 종류는 대부분 '페닌슐라쿠터'다. 그리고 '레이즈백터틀'이 두 마리가 보였다. 생태계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이나 '리버쿠터'는 찾을 수 없었다.
"맹탐정과 동년배도 있을 겁니다"
성인 남성 두 손바닥을 합친 것보다 큰 등딱지를 가진 거북이를 가리키며 해운대구청 박성운 주무관이 말했다. 30대 중반인 맹탐정과 비슷한 나이라니…. 거북이가 장수한다는 건 상식이지만 새삼스러웠다. 박 주무관은 거북이 동산을 만드는 데 앞장섰고, 현재는 다른 업무와 병행하며 거북이 동산을 관리하고 있다. 수면을 유유히 떠다니는 녀석부터,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한가로이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녀석들까지. 평화로워 보였다. 박 주무관에게 먹이를 얻었다. 작은 건새우다. 먹이를 주려고 내민 손을 따라 거북이들이 움직였다. 목을 껍데기에 박고 움직이지 않던 녀석들까지 고개를 내밀었다. 먹이를 수면 위에 뿌렸다. 새 부리 같은 입을 삐죽삐죽 내밀며 먹이를 삼켰다. 그렇게 한참을 서서 거북이멍, '거멍'을 때렸다.
거북이들의 사이즈는 다 제각각이다. 그러나 대부분 일반적으로 집에선 키우기엔 '크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다. 물론 한 주먹도 안 되는 새끼도 있다. 거멍을 때리던 중 동년배 거북이와 눈이 마주쳤다. 거북이와 사람이라는 틀을 넘어, 나와 같은 시간을 살아낸 동등한 생명체를 대하는 느낌이 꽤 생경했다.
이 친구는 왜 여기에 있을까?
전국에서 모여든 거북이들
"열린 정원이 만들어질 즈음 한 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멋들어지게 정원을 만들고 연못에 비단잉어를 풀었지만 조금 밋밋한 느낌이 들었죠" 박 주무관이 말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게 뭔지 고민을 거듭했고. 마침내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바로 거북이었다. 맹탐정이 정원을 찾았을 때에도 많은 어린이가 거북이에게 눈을 떼지 못 했다. 하긴 지나가는 어른들도 걸음을 멈추고 돌아볼 정도의 규모다.
초기에는 마트나 펫샵에서 아기 거북이를 구해 연못에 풀었다고 한다. 그러나 연못의 크기가 큰 데 반해 거북이가 너무 작아 별로 티가 안 났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네이버 카페 '거북이 공원'을 통해 시민들로부터 기증받기로 한 것. 글을 올리자 반응이 뜨거웠다. 박 주무관은 "경기도, 전라도 등 전국 각지에서 기증을 하고 싶다고 메세지를 보내왔다"며 "거북이를 받기 위해 고속버스터미널까지 나가 받아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 거북이 동산의 전신인 작은 집을 만들어 키우기 시작했다. 족욕장에서 닥터피쉬를 체험하는데 사용되었던 틀이 재활용됐다.
박 주무관은 "20년 넘게 키운 거북이를 기증한 어떤 사람은, 이후 주말마다 서울에서 내려와 한참을 있다 갔다"며 그때를 떠올렸다. 그렇게 거북이는 45마리까지 늘었다. 이후 구청은 더 기증을 받지 않는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거북이가 이곳에서 알을 낳기도 했다. 그는 "하얗고 긴 직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이었다"며 "나무가 심긴 딱딱한 땅을 파고 낳았는데, 여러 조건을 맞추기 힘들어 비록 부화에는 실패했다"며 아쉬워했다.
40마리가 70마리가 된 진짜 이유
문제가 발생했다. 구청의 열린 정원이 '거북이 유토피아'라는 게 소문이 나면서부터다. 사람들이 연못과 거북이집에, 키우던 거북이를 '몰래' 버리기 시작했다. 처음과 달리 일반 가정집에서 키우기엔 거북이가 너무 커져 관리가 안된다는 이유다.
'좁은 공간에 살면 거북이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연못이 넓고 보기가 좋네?' 자기 위안적 변명은 '동물 유기'라는 행위의 거부감을 줄였을 것이다. 살기 좋은 환경에 놓아주는 거니 양심의 가책은 덜 느꼈을지도. 해가 갈수록 버려지는 거북이들이 늘었고 열린 정원의 거북이 수는 80마리를 넘겼다.
작은 집에 거북이들이 80마리나 되니 쉽게 물은 더러워졌고, 몇몇은 폐사하기도 했다. 구청은 지난해 예산 451만 원을 들여 거북이 집을 확장했다.
가로 약 3m, 세로 2m 정도의 거북이를 위한 수조다. 한때 많은 수의 거북이들을 연못에 풀었더니 잉어들에게 피부병이 생겼다. 원인은 거북이들의 배설물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수조를 설치해 공간을 나눴다. 수조 한가운데에는 나무판자가 길게 놓여 있는데, 거북이들이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CCTV도 설치해 추가적인 유기를 막았고, 겨울에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히터를 설치했고, 정수 장치도 달아 거북이들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만들었다. 이윽고 현재 거북이 동산의 모습이 완성됐다.
거북이와 해운대
가장 번화가인 구남로. 사실 구남로의 '구'는 땅이름 구(龜) 자를 쓰는데, 이는 거북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1964년 5월 26일 해운대에 나이 250세로 추정되는 거대한 거북이가 나타났다. 옛날부터 거북이는 상서롭고 복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겼다. 이틀 후 해운대 상인들의 주도로 역사상 전무후무한 거북이 환송식이 열렸다. 3만 명의 구경꾼이 몰렸다. 풍년과 풍어를 기원하며 막걸리를 잔뜩 먹여 바다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거북이의 힘이었을까? 이후 해운대해수욕장은 우리나라 공설 최초 송도해수욕장을 뛰어넘는 부산의 NO.1 해수욕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거북이와 해운대는 인연이 깊다. 한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2024년 재송동 이전을 앞둔 해운대구청사. 거북이들은 어떻게 될까? 구청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당연히 데려가는 것으로 구상 중"이라며 "지금처럼 가족방문객을 위한 나들이 장소, 어린이들을 위한 생태학습장으로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사건결말>
사랑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2020년 3월 애완용 거북이로 마트에서 많이 팔리던 '리버쿠터' 종이 생태계 유해종으로 지정됐다. 하천, 생태공원 등에 방생·유기된 사례가 잇따르며 전국적으로 폭넓게 서식하게 됨에 따라 국내 토착종인 남생이, 자라의 서식지 경쟁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잘못은 거북이가 아니라 거북이를 버린 사람에게 있는데, 유해종으로 몰리며 퇴치사업의 대상이 됐다.
해운대구청에 거북이들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의 욕심' 때문이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데려와 '가족'이라고 부를 땐 언제고, 집에서 관리하기 힘들 정도로 덩치가 커져 새끼 때의 귀여움이 사라지자 유기된 거북이들. 동물 유기는 생명 학대다. 거북이뿐만 아니라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사정을 알고 보면 해운대구청 거북이 동산은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는 곳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거북이들이, 사람들에게 다시 보살핌을 받는 곳으로, 인간의 욕심을 반성하고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 곳이다.
'맹탐정코남' 에피소드 중 동물 이야기가 많은 이유를 다시 생각해봤다. 동물들과 우리 인간은 가깝고, 공존하며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더 작은, 더 소외된 동물들에게 관심을 가져야겠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정수원 PD blueskyda2@busan.com , 정윤혁 PD jyh6873@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