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연의 주거안정] 양파 값과 집값
경제부 부동산팀장
양파 도매가격이 지난해 이맘때의 30% 수준으로 폭락했다. 양파 값 하락의 큰 이유는 저장 물량이 늘어서라고 한다.
지난해 양파가 비싸져 저장업체들이 양파 값 상승을 예측해 저장을 많이 해뒀다 올해 풀었다는 것이다. 양파 재배 면적이 감소했다는 정부 발표도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겼다. 공급은 늘어난 반면 코로나19로 급식이나 식당 등의 수요는 감소했다. 공급과 수요 불균형으로 가격이 폭락 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 동향도 어찌 보면 양파 값 사정과 비슷하다. 집이 비싸게 잘 팔리면 업계는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젓기’ 위해 너도나도 집을 짓는다. 비싸다는 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것이니 정부는 공급을 늘린다고 이야기한다. 4~5년 뒤 공급이 입주로 현실화하면 공급 과잉이 가시화한다. 미분양이 발생하고 집값이 떨어지고 업체들은 보수적으로 사업을 벌인다. 서서히 공급이 부족해지고 집값은 오른다.
집값이나 양파 값이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평균적인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전망이 어려울 때는 천재지변이나 정책, 대외 경제 환경이 변수로 작용할 때다.
개인적으로 집을 살 때 더욱 난감한 것은 입지마다 사정이 달라 평균치를 갖다 대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집값이 내린다는 전망이 많다. 오를 만큼 오른 데다 정부가 공급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반가운 이야기다.
그럼 집값이 하락한다고 내가 살고 싶어 하는 집의 가격도 떨어질까? 만약 떨어진다면 당장 집을 사러 달려갈 것이다. 문제는 나 말고도 그런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즉 평균 집값이 하락하는 것과 사려는 집의 가격이 내리는 것은 별개라는 말이다.
그래서 집을 살 때는 인기 주거 지역 위주로 고르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집값이 하락하면 집을 사려는 이들이 가장 먼저 몰려가는 곳이 인기 주거 지역이라, 집값이 떨어져도 낙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의 집값을 더욱 올리는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집값 상승이나 방어가 중요하다면 귀담아 들을 만하다.
인기 주거 지역을 고를 때는 현재 거주지에 대한 애정을 내려놓아야 한다. 대개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곳에 익숙해져 현재 거주지를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평생 이사를 하지 않을 계획이면 몰라도 중간에 이사를 해야 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팔기 수월한 집인지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주변의 학교나 학원, 생활편의시설이나 개발호재 등이 주요 기준이 될 것이다.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