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영의 시인의 서재] 소수자의 감정과 캐시 박 홍의 시
시인·‘시와사상’ 편집위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환상을 자국민에게 심어 주면서 장기 집권을 꾀하고 있다. 그가 전쟁을 일으킬 때마다 지지율이 치솟았기에 이번에도 주도면밀하게 전쟁을 준비하고 침략했다.
최근 들어 러시아에서 독재자였던 스탈린의 업적을 재평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스탈린이 지배했을 때 우크라이나는 엄청난 곡창 지대임에도 수확된 농산물을 정부가 대부분 몰수해 가는 바람에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거리에 시체가 널려 있어도 사람들은 기력이 없어 시체를 치울 수도 없었다. 우크라이나 대기근에 대해 소련은 사과한 적이 없었다.
위기일수록 약자들이 차별과 폭력에 노출
인터넷 시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용기를
몸에 각인된 고통 새기는 ‘문학의 힘’ 주목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키예프)로 쳐들어가는 탱크 부대를 맨몸으로 막아서는 남자를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 대개의 전쟁이란 독재 성향이 강한 정치인이 자국 내에서 기반을 강화하고자 주변 국가를 침략할 때 발생한다. 조선도 임진왜란 때 일본 권력자들의 정치 전략으로 인해 큰 시련을 겪었다. 강한 자는 전쟁을 일으키는 명분을 자신에게 유리한 논리로 조작해 힘으로 밀어붙인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을 교묘하게 속이면서 공습을 강행한 푸틴에게 분노심이 일어난다. 러시아 내에서 반전 시위를 하는 국민을 모두 잡아들이는 구시대적인 폭정이 사라져야 한다. 중국의 시진핑 역시 장기 집권을 꾀하면서 대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김정은 역시 세습 왕조의 후계자처럼 북한 인민을 호도하고 있다.
뉴스를 보니, 어나니머스(Anonymous) 해커들이 러시아 정부의 사이트를 공격했다는 소식에 잠시 희망이 보인다. 그들은 사이버 검열과 감시에 반대하면서 시민 불복종 운동도 한다. 인터넷에서 핵티비즘(Hacktivism)의 활동을 하는 가상 단체인데, 그들이 흑기사처럼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무참하게 짓밟는 이러한 사태를 전 세계인들이 감시하고 저지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대전으로 번질 우려 때문에 군사행동을 자제하는 서방의 지도자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펼치길 바란다.
히틀러나 푸틴처럼 침략 전쟁을 일으키는 정치인은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것도 필요하다. 전쟁을 일으키고 승리한 지도자를 영웅으로 기록하는 역사관도 재고되어야 한다. 국제 관계는 냉혹한 정글이지만 인터넷이 발달한 현대는 전 세계인들이 그들의 만행을 보고 규탄할 수 있다. 나도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라는 포스팅을 올렸다. 독재자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이 고통 속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
개인 혹은 국가 집단에서, 소수자 혹은 약자들은 이러한 차별과 폭력에 노출되기 쉽다. 이러한 문제에 반응하면서 미국의 인종 차별을 선명하게 부각한 캐시 박 홍(Cathy Park Hong)의 시와 산문은 관심을 끈다. 2020년에 출간한 산문집인 는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녀는 지의 표지 모델도 되었다. 이 책에서 그녀는 미국에 사는 유색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미묘한 차별과 배제를 아주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토로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아시아계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무시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 미국 문화에 대하여 성찰을 이끌어 내는 그녀는 미국 시단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그녀의 첫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