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안전 ‘공감·집단지성·협력’에 달렸다
재난인류 / 송병건
인류는 현재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재난 상황에 처해있다. 인류의 역사는 재난의 역사이기도 하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부터 코로나19까지 인류는 항상 재난을 극복하면서 진보해왔다.
재난 사례·재난 극복한 인류 모습 담아
지금도 예측 불가능한 재난 발생
이를 통해 희생양 만드는 것 경계
“재난 문제 소수의 사람으로 해결 못 해”
그렇다면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이 닥친 순간, 인류는 어떻게 위기를 모면했을까? 그리고 재난 이후 인류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재난인류>는 지난 2000년 동안 인류가 겪어온 화산 폭발, 지진, 감염병, 산업재해, 운송수단 사고, 생태계 파괴, 이상기후, 디지털 사고, 팬데믹 등 각종 재난의 역사를 살펴본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재난의 공포 속에서도 생존의 답을 찾았던 인간들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재난 상황에서 위험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각종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는 현대에도 재난의 위험을 피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방재 기술이나 제도가 미비했던 과거에는 수많은 위험 요소가 인생의 매 단계를 위협했고,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역사 속에서 인류는 재난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했을까? 세계를 바꾼 재난들의 사례와 각 재난을 극복하는 인류의 모습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고대부터 근세까지는 주로 자연재난이 발생해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종교개혁과 지적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사람들은 ‘신의 분노’로 자연재난이 발생한다고 믿었다. 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재난이 바로 리스본 지진이었다. 1755년 11월 1일 오전 9시 40분, 포르투갈 리스본에 닥친 지진으로 지축이 흔들렸고, 건물들은 무참히 파괴됐다. 아수라장이 된 상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곧 한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쓰나미에 휩쓸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앙심이 부족한 인간의 타락과 방종에 대해 신이 내린 형벌이라고 인식했다. 하지만 당시 다수의 계몽주의자들은 실질적인 원인과 대책을 찾기 위해 논쟁을 벌였고, 과학적 근거로 지진에 접근하고자 노력한 끝에 지적 혁명의 결정적인 전환점을 가져왔다.
산업혁명이 이루어진 18~19세기는 인간에 의해 발생한 재난이 특징적이다. 산업의 발달로 노동은 증가했지만, 위험한 상황에 노출된 사람이 많았고 제대로 된 구휼 제도도 도입되지 않아 더 큰 재난으로 이어졌다. 아일랜드의 감자 역병으로 인한 기근이 바로 그런 사례였다. 1845년부터 유럽 곳곳에 발생한 감자 역병으로 수확량이 줄자 수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신음했고 영양 부족으로 허약해진 사람들에게 콜레라와 발진티푸스가 확산되었다. 특히 아일랜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는데, 5년에 걸친 대기근의 시기 동안 무려 1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20세기 이후에는 거대한 통제 시스템이 재난을 초래한 상황이 펼쳐졌다. 특히 최첨단 기술과 통신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시스템은 재난을 통제하고 제어하는 데 큰 역할을 함에도, 한 번의 사고가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2011년 3월 13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규모 9.0에 이르는 초대형 지진이 발생했다. 해안 지역에는 높이 40미터에 이르는 쓰나미가 방파제를 넘어 도로, 주택, 차량을 모두 파괴했고, 1만 6000명이 사망한 대참사였다. 하지만 더욱 장기적인 파급력을 지닌 재난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했다.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다량 배출되었고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었다. 반경 20킬로미터 이내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강제 이주해야만 했다.
20세기와 21세기 초를 통해 재난에 대한 지식, 대응 기술, 사회적 수습책이 다양한 진화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지금도 크고 작은 재난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95년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2022년 1월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등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벌어졌다.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가 형성해온 재난의 관념을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15세기에 평균기온 1~2도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마녀 재판을 하거나, 유대인의 재산을 빼앗고 추방시켰던 것처럼 잘못된 정보로 인한 새로운 희생양을 만들면 안 된다고도 했다.
개별 인간이 아닌 인류는 강한 존재다. 저자는 소수의 분야, 소수의 사람이 재난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분업과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우리가 사는 사회가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즉, 공감과 집단지성, 협력 체계만이 우리의 안전을 최대로 보장할 것이라고 밝힌다. 저자는 다가올 미래에 새로운 재난을 맞닥뜨리게 될 때, 큰 피해를 막고 대처하려면 과거의 재난이 남긴 ‘생존의 단서’와 교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병건 지음/위즈덤하우스/484쪽/2만 2000원. 천영철 기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