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 꿋꿋하게 걸어가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3일 서울 유세전에서 “정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말을 내내 강조했다. 사전투표 하루를 앞두고 예상치 못했던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단일화라는 ‘대형 악재’가 돌출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정치인들이 ‘공학적으로’ 표심을 움직이려 하지만 결국 민심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뜻으로, 단일화 효과를 깎아내린 것이다.
“민생·경제·평화·통합 포기 않을 것”
“불평등과 차별 극복” 여성 표심 공략
민주, 단일화 역풍 지지층 결집 기대
김동연 “이익 따른 야합” 윤-안 비난
이 후보의 대응은 시종 담담했지만, 이날 단일화 선언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반응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다. 당 선대위는 이날 단일화 회견이 예정된 오전 8시 여의도 당사에서 본부장단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을 논의했고, 실제 단일화를 선언하자 “야합” “국민 우롱”이라며 곧바로 대야 공세 모드로 전환했다.
선대위는 단일화 효과에 대해 여론의 역풍으로 오히려 여권 지지층의 총결집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대선 6일 전 돌출한 긴급 상황에 적잖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구나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발생한 사태라 여론의 반응조차 알 수 없어 더 답답한 상황이 됐다는 토로도 나온다. 당이 야권 후보 단일화 무산을 전제로 통합정부를 앞세워 중도층을 공략하면서 막판까지 안 후보에게 ‘연대 러브콜’을 보냈던 만큼 허탈해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는 국민들의 판단을 믿겠다는 메시지로 대응에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영등포 유세에서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1인 1표 국민주권 국가에서 감히 정치인 몇몇이 이 나라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민생과 경제, 평화 그리고 통합의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 국민의 손을 잡고 꿋꿋하게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앞서 종로 유세에서도 “세상에 잔파도는 많지만, 민심의 도도한 물결은 파도가 거부할 수 없다”며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이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며 야권 단일화를 평가절하했다.
전날 이 후보로의 단일화를 선언한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도 이날 이 후보 유세에 합류해 윤-안 후보 단일화를 “이익에 따른 야합”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대표는 이 후보의 영등포 유세에 처음으로 참석, “국민들은 이들이 어떤 자리를 나눠 갖고 권력을 분점하고, 나라의 비전을 뒤로 제쳐 놓고 어떤 자리에 어떤 권력을 나눌 거냐고 묻는다”며 야권 후보 단일화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와 저는 가치와 비전을 갖고 공유하며 함께 힘을 합쳤다”고 윤-안 단일화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여성 유세’ 콘셉트로 진행된 이날 종로 유세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여성의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현실로 분명히 인정하고, 불평등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을 폄훼하지 않겠다”며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이상한 소리를 저는 하지 않는다. 남녀가 평등하게 사회·경제적 생활을 하는 양성평등의 나라를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 전국 확대, 디지털 성범죄 범죄수익 몰수, 국가 돌봄 책임제, 자동 육아휴직 등록제 및 부모 쿼터제 도입 등 그간 내놓은 양성평등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4일 서울 광화문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할 예정이다. 이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는 투표장에 동행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이날 투표를 마친 뒤에는 강원도를 찾아가 홍천과 춘천에서 유세를 이어간다. 오후에는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와 경기 남양주, 서울 광진·강동을 훑으며 막판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