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주택가 살인… 지역사회 불안감 증폭
부산 북구의 한 주택가에서 30대 남성이 50대 부부를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채무 관계로 인한 우발적 범죄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 주민들은 대낮 주택가에서 발생한 강력 범죄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30대 A 씨를, 살인 방조 혐의로 A 씨의 어머니 50대 B 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일 오후 4시 40분께 북구 구포동 한 주택가 주차장에서 50대 부부를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살인을 방조하고 사건 직후 A 씨와 함께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구포동 50대 부부 흉기 살해
경찰, 피의자 2명 긴급체포
“돈 문제로 우발적 범행” 주장
주민들 “동네사람도 무서워”
사건 직후 A 씨는 B 씨와 함께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경북 경주시로 도주했고, 수사망이 좁혀지자 112에 전화를 걸어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경찰은 길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행인의 신고를 받고 CCTV 등을 통해 피의자의 도주 사실을 확인한 뒤 지역 경찰에 공조 요청을 했고, 오후 6시 30분께 이들을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금전 관계로 인한 갈등에서 비롯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당일 A 씨와 B 씨는 알고 지내던 사이인 피해자 부부를 범행 장소인 자신의 집 근처로 불러낸 뒤 채무를 상환하라며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자 격분한 A 씨가 집에 있던 흉기를 가지고 나와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사건 현장 인근 주민들은 대낮 주택가에서 두 명이나 살해되는 흉악 범죄가 발생하자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며 불안을 호소한다. 범행 현장 주변은 2014년 부산시가 도심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범죄 예방 환경디자인(셉테드) 시범사업’이 적용된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근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담장 등 골목 일대가 정비돼 변화된 환경에 맞는 안전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장에서 만난 70대 주민 이 모 씨는 “어제 저녁쯤 바깥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 나와봤더니 주민들로부터 동네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너무 함부로 보는 것 같아 무섭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60대 정 모 씨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벌건 대낮에 사람을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지금까지 살인자와 이웃에 살았다니 앞으로 동네 사람이 무서워서 어떻게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A 씨가 범행을 위해 미리 흉기를 구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는 한편 A 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금전 관계로 인한 범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더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다”면서 “범행 동기 등 사건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대로 신속하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