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초의원 절반이 겸직… 많게는 7개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지역 기초의회 의원 절반은 생계 등을 위해 또 다른 일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많게는 7개까지 겸직을 맡은 의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의원 겸직이 불법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많은 겸직은 공직 수행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일부 직종은 이해충돌 시비까지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인다.

불법은 아니나 공직 신뢰도 저하
일부 직종은 이해충돌 우려 낳아

알권리 증진을 위한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최근 전국 266개 기초의회 의원 2900여 명에 대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전국 기초의원 의정감시 데이터 구축 대작전’을 완료했다. 정보공개센터가 자료를 취합한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의 16개 구·군의회 소속 의원은 183명이다. 이 중 기초의원직을 수행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겸직 구·군의원은 90명에, 신고된 겸직은 모두 127개다. 부산 전체 기초의원의 중 절반가량(49.1%)이 적어도 ‘투잡’을 뛰고 있는 셈이다. 또 2개 이상의 겸직을 신고한 구·군의원은 25명이었다.

가장 많은 겸직을 수행 중인 인물은 남구의 A 구의원. 그는 2개 안과의 부장과 이사, 임대업과 식당 대표 등 무려 7개의 겸직을 신고했다. 그 뒤를 이어 금정구 B 구의원(5개), 영도구 C 구의원(4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직종에서 보수를 가장 많이 받는 기초의원은 금융법인에서 근무 중인 해운대구 D 구의원이다. 그는 연 1억 원을 받는다고 신고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연제구 F 구의원은 한 해 8400만 원, 모 업체 이사로 재직 중인 동래구 G 구의원은 연 7800만 원을 받고 있다. 전체 겸직 중 52개(40.9%)에 대해서는 기초의원들이 수령 액수 공개를 거부하거나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지방의원에게는 겸직이 허용된다.문제는 겸직이 지나치게 많다 보면 사익 추구 활동에 매몰돼 기초의원직을 성실하게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겸직이 무한정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공기업이나 농협 등의 임직원과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어린이집 대표는 겸직 금지 대상이다.

부산의 구·군의회에는 부산진구의 H 구의원과 금정구의 I 구의원이 어린이집 대표를 맡고 있다. 민선 7기 부산지역 기초의회가 내린 징계의결 총 5건 중 2건은 어린이집 대표를 겸직한 H·I 구의원에 대한 징계였다. 재개발·재건축조합장을 맡거나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도시건설위원회 등 개발과 밀접한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이해충돌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겸직 기초의원 중 수영구의 J 구의원과 해운대구의 K 구의원은 해당 지역의 재건축조합장인 탓에 잡음이 일기도 했다.

정보공개센터 김조은 활동가는 “의회마다 정보 공개가 들쭉날쭉해 자료 수집에 애를 먹었다”며 “금지된 겸직을 못 하도록 강력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석하·곽진석 기자 hsh03@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