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MBTI 검사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요즘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이름과 나이, MBTI 유형을 묻는다고 한다.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MBTI 유형을 밝히는 게 이제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심지어 회사 면접 자리에서 MBTI 유형을 묻는 경우도 있고 취준생들은 회사가 원하는 MBTI 유형으로 성격을 개조하겠다는 말까지 한다.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MBTI는 성격유형 검사로 8가지 지표를 조합해 성격을 알려 준다. 외향형(E)과 내향형(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이다. 이 지표를 4가지 코드로 조합하면 모두 16가지 성격 유형이 나오게 된다.

MBTI는 이전 유행했던 혈액형이나 별자리 같은 성격 검사보다 좀 더 과학적인 걸로 받아들여지고, 온라인에서 무료로 MBTI 검사를 할 수 있는 사이트가 많아 빠른 시간에 확산된 것 같다. SNS를 통해 자신의 MBTI를 공개하는 연예인들과 유명인들이 늘어난 것도 인기에 한몫을 했다.

최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따르면, ‘MBTI 검사’라는 단어에 대한 월 검색량이 300만 건에 이른다고 한다. 하루 10만 건 이상 검색하는 꼴이며, MBTI 검사라는 단어 외에도 ‘MBTI’라는 단어 검색도 월 120만 건이나 될 정도로 MBTI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MBTI를 포함한 일반적인 성격유형 검사는 바넘 효과라는 함정이 있다. 바넘 효과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성격 특성을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믿는 현상을 말한다. 곡예단에서 사람의 성격을 맞히는 일을 하던 바넘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한 말로 1940년대 심리학자 버트럼 포러가 바넘 효과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포러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격유형 검사를 했고, 모두에게 동일한 내용을 담은 결과지를 나눠 준 후 얼마나 자신의 성격과 일치하는지 평가하게 했다. 무려 80% 이상의 학생들이 검사 결과가 자신의 성격을 잘 묘사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MBTI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대화를 시작하는 소재가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상대에 대한 선입견을 심을 수도 있다. ‘저 사람은 나랑 맞지 않겠구나’라며 관계 개선의 노력조차 포기하게 할 수도 있다.

간단한 성격유형 검사만으로 어떻게 다양한 경험과 오랜 역사로 다져진 개인을 알 수 있을까. 편견과 오류의 틀에 가두는 실수를 할까 걱정된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