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임시 투표소에는 왜 투표함이 없나” 확진자 불만 폭발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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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사전투표소인 반여1동 문화센터 앞. 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사전투표소인 반여1동 문화센터 앞.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부산지역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들의 사전투표 현장에선 지연과 혼선이 빚어져 곳곳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5시 30분 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문화센터 앞은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코로나19 확진자나 격리자도 투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투표 시작 30분 전부터 일반 기표소와 분리된 임시 기표소 앞은 투표를 위해 모인 사람들로 100m 이상의 줄이 이어졌다. 확진자나 격리자 모두 이날 오후 5시부터 외출할 수 있으며 신분증과 함께 확진자임을 증명하는 문자메시지 등을 보여주면 부산지역 205곳의 사전투표소에서 오후 6시부터 투표할 수 있다.

하지만 임시 기표소에는 일반 기표소와 달리 기표를 한 투표용지를 넣을 투표함이 없었다. 확진자가 기표소에서 투표한 이후 투표용지를 보호장비를 착용한 직원에게 건네면 직원이 이를 빈 종이 박스에 모았다. 한동안 기표용지가 쌓이면 직원이 직접 일반 투표소로 이동해 일반 투표소의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두고 밀봉도 안 된 투표용지를 왜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냐고 항의하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사전투표소인 반여1동 문화센터 앞. 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사전투표소인 반여1동 문화센터 앞.

이미혜(51·해운대구 반여1동) 씨는 “오후 5시부터 이곳에서 투표하기 위해 기다렸는데, 직접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으면 투표용지가 중간에 사라질지 어떻게 아느냐”면서 “투표장소도 허술한 창고에 마련됐고, 별도의 참관인도 없이 확진자나 격리자는 일반 시민 취급도 못 받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임시 기표소에는 투표함이 없는 문제를 두고 많은 사람이 항의하자, 경찰이 직접 출동해 이들을 제지하기도 했다. 투표를 마친 한 70대 여성은 “지금이 6·25 전쟁통도 아닌데 왜 이렇게 허술하게 선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곳에서 만난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을)은 “투표는 국민 주권의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행안부와 중앙선관위는 이처럼 예상된 문제를 미리 대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사전투표소인 반여1동 문화센터 앞. 부산 해운대구 반여1동 사전투표소인 반여1동 문화센터 앞.

해운대구 좌1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경찰이 출동해 한동안 투표가 지연되기도 했다. 이곳에서 투표한 확진자 이 모(34·해운대구 중동) 씨는 “비확진자와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 오후 6시에 투표장에 갔는데 너무 준비가 미흡한 느낌이었다”면서 “‘우체국 상자’가 투표함인 건 아무래도 이상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이 임시 기표소에 투표함이 없는 문제를 제기하자 연제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는 중간에 임시 기표소에서 일반 기표소로 장소가 바뀌기도 했다. 오후 6시 이후 투표 장소를 연산6동 행정복지센터 1층 야외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 기표소에서 일반 기표소인 행정복지센터 4층으로 옮긴 것이다. 이후 이들은 투표 후 직접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었다.

이날 이곳에서 투표한 서 모(29·연제구 연산6동) 씨는 “코로나 3년째인데 이렇게 허술하게 확진자용 투표가 진행될지 몰랐다”면서 “투표를 한 기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않으니 직접 선거가 아닌 느낌으로 유권자로서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선관위 관계자는 “원래 투표함은 사전투표소 하나당 하나다. 따라서 임시 기표소에서 사무원과 참관인이 직접 투표용지를 기존의 투표함으로 직접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한편 확진자나 자가격리자는 선거 당일인 9일에는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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