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진자 투표 혼란 '대선 불복' 불씨 되어선 안 된다
4~5일 이틀 동안 치러진 제20대 대선 사전투표에서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는 이례적일 정도로 높았다. 첫날 17.57%의 투표율을 기록한 데 이어 마지막 날 사전투표율은 36.93%로 최종 집계됐다. 이는 지난 대선에 비해 10%P나 높고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 때보다 10.24%P나 높은 수치다. 부산도 34.2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민심의 향방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다만 국민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인 참정권을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거대한 의지가 분출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 같은 투표 열기가 본투표에까지 이어져 더 많은 민의가 전달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선관위, 본투표 때 혼란 최소화 최선을
유권자 참정권 훼손 두 번 다시 없어야
그런데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에 대한 투표 관리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뜨거운 투표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확진·격리자의 투표가 일반인과 동선이 다른 임시 기표소에서 진행됐는데 기표를 마친 투표용지가 투표함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선거 사무원들에게 인계되자 전국 투표장 곳곳에서 실랑이와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하나의 투표소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규정 때문이다. 그런데 그 대책이라는 게 확진·격리자 투표용지를 비닐 팩이나 종이상자, 플라스틱 소쿠리 등에 담아 수거하는 식이었으니 부정 시비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별도 투표함이 없다는 사실은 유권자들에게 사전에 공지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사전투표 선거 관리는 곳곳에 구멍이 뚫려 전반적인 부실 의혹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선관위는 처음부터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 참여 규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1투표소 1투표함’ 법 조항을 알고도 확진·격리자를 위한 별도 투표소 마련 등 합당한 대책을 세우지도 않았다. 선관위가 내부 구성원에게 배포한 사전투표 지침은 단 5쪽에 그칠 정도로 부실했다. 사전에 치밀히 준비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태인데, 오미크론 확산 국면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대처가 화를 키운 것이다. 선거 관리의 총책임을 진 중앙선관위원장이 사전투표 혼란 상황에서 사무실에 나오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사전투표 혼란이 부정선거 시비로 이어지거나 선거 불복 논란의 불씨로 비화하는 것이다. 막판까지 ‘초박빙’의 판세였기 때문에 본투표 결과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면 그럴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사전투표 혼란이 계속된 시비에 휘말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선관위가 9일 투표 당일에는 현장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유권자들이 안전하게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선관위는 마지막까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