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로 질병 관리”… 울산에 ‘바이오데이터팜’ 둥지
100세 무병장수 시대를 열어갈 고성능 슈퍼컴퓨터가 울산에 둥지를 틀었다. 바이오 빅데이터에 특화한 전국 최초·최대 슈퍼컴퓨터다.
울산시는 유전·의료정보를 수집하고 저장·관리하는 ‘바이오데이터팜’이 이달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고 6일 밝혔다.
바이오데이터팜은 전국에서 유일한 게놈서비스산업 규제자유특구 내 산학융합원 건물에 404㎡ 규모로 설치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스템 구축에 착수해 올해 말까지 2년간 국·시비를 합해 197억 원이 투입된다. 울산시와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울산대학교병원, 클리노믹스 등 11개 관련 기관과 기업이 공동 추진했다.
197억 투입, 고성능 시스템 구축
CPU 9804코어, 메모리 265TB
한국인 1만 명 유전정보 수록
감염병 발생 시 백신·치료제 개발
이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보면 CPU 9804코어(core), 메모리 265TB(테라바이트), 저장공간은 80.6PB(페타바이트)에 달한다. 여기에 200G 인피니밴드(13대) 등 각종 네트워크 장비와 항온·항습기, 할로겐소화설비 등 제반 시설을 갖췄다.
바이오데이터팜에는 이미 한국인 1만 명의 바이오 빅데이터 10PB가 담겨 있다. 2시간짜리 영화 파일 약 100만 개 분량과 맞먹는다. 앞서 시와 UNIST는 지난해 4월 범국민 건강 연구 프로젝트인 ‘1만 명 게놈 해독 사업’을 5년여 만에 마무리했다. 여기서 생산한 전장게놈(인간의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DNA 염기 전체를 의미) 정보와 다중오믹스(게놈, 전사체, 단백질체, 생활습관정보, 건강정보 등), 협력병원 임상정보까지 이름 그대로 바이오 빅데이터가 슈퍼컴퓨터에 고스란히 저장돼 있다. 바이오데이터팜은 이러한 1만 명 유전체 정보를 약 60일 안에 기초 분석할 정도로 연산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바이오데이터팜은 ‘감염병 발생 대응 플랫폼’과 ‘질환별 진단마커 개발’ 등 게놈 서비스 실증사업에 쓰인다. 클리노믹스 전성원 과장(UNIST 박사)은 “코로나19처럼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환자의 의료·유전 정보 채취, 단백질 구조 예측 등 각종 분석 정보를 플랫폼화해 바이오데이터팜에 구축할 수 있다”며 “바이오기업들이 데이터팜에 누적된 분석 플랫폼을 바탕으로 백신과 치료제로 쓸 적합한 후보 물질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신종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의 국내 개발을 좀 더 앞당길 수 있다는 얘기다.
질환별 진단마커 개발도 마찬가지다. 바이오기업이 특정 질병을 앓는 환자의 전사체 정보를 데이터팜에 기록된 1만 명 건강인의 정보와 비교·분석해 환자만 갖는 물질을 토대로 진단 키트를 개발, 상용화할 수 있다. 그리고 바이오데이터팜의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을 참여 기업이 활용해 자살·우울증이나 복합만성질환, 급성심근경색 등 각종 질병의 위험도 예측 모델을 만들어 일반인이 알기 쉽게 리포트로 제공할 수도 있다.
울산시는 바이오데이터팜 시스템을 활용한 울산 게놈서비스특구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핀란드 ‘핀젠(FinnGen) 프로젝트’처럼 많은 바이오 기업과 제약회사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울산시는 또 바이오데이터팜 개소를 계기로 국내 굴지의 백신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지역 대학, 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바이오 분야의 성장 가능성과 인적자원 육성 역량을 키우기로 약속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