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발 커피값 줄인상… 부산 업체 ‘냉가슴’
“가격 인상 1호 커피가 될 순 없어!”
부산을 기반으로 한 ‘가성비 커피시장’이 아메리카노 가격을 놓고 요동친다. 브라질 등 주요 커피 생산국이 잇달아 원두 가격을 올리고 있지만, 과열된 시장 상황에 선뜻 먼저 가격을 올리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2022년 해가 바뀌면서 스타벅스가 업계 최초로 가격 인상의 신호탄을 쐈다. 그 후 대형 브랜드인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커피빈 등이 일제히 이 행렬에 동참했다. 이달 파스쿠찌와 폴바셋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브라질 기상이변에 작황 큰 타격
1년새 원두 가격 배 이상 올라
투썸·할리스 등 브랜드 잇단 인상
가성비 전략 지역 업체들 고심
누가 먼저 총대 메나 ‘눈치보기’
종전 가격 고수 ‘출혈’ 조짐도
이처럼 커피 업계가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선 건 천정부지로 치솟은 원두 가격 탓이다. 지난해 세계 최다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 기상 이변으로 서리가 내려 커피 농장마다 작황에 치명타를 입었다. 그 여파로 지난해 2월 파운드당 121센트 수준이던 국제 원두가격은 지난달 258센트까지 배로 치솟았다.
여기다 2위 생산국인 에티오피아마저 내전에 돌입하면서 지난해부터 국제시장 원두 가격은 근 10년 사이 최고 가격으로 올랐다. 이 같은 상승세는 올해 초에도 이어지고 있다.
대형 브랜드 커피가 원자재 가격을 이유로 일제히 가격을 올리면서 부산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가성비 커피 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대형 브랜드 커피의 경우 대부분 아메리카노 1잔 가격이 4000원 안팎. 200~300원 수준의 가격 인상이 곧바로 브랜드 이미지의 타격이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아메리카노 1500~2000원 사이 가격이 형성된 가성비 커피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선제적인 가격 인상이 곧바로 시장 내 브랜드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부산의 A 프랜차이즈 대표는 “본사가 수익을 창출하려면 가격을 맞춰야 하는데 원두 가격이 체감상 50~70% 정도 오르다 보니 고민이 많다”며 “원체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봐왔기 때문에 누가 먼저 올려야 하느냐를 놓고 눈치 아닌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커피 업체들의 고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원두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환율마저 출렁이는 데다 커피 못지않게 중요한 우유 원가도 껑충 뛰었다. 이들 프랜차이즈에 원두를 공급해오던 로스팅 업체에서도 ‘종전 단가로는 납품을 하지 못 하겠다’고 두손을 드는 곳이 나오거나, 일부 로스팅 공장은 매물로까지 나와있다는 게 커피 업계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부산 업체들 내에서는 잔뜩 안테나를 세운 채로 경쟁사의 가격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성비 커피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아메리카노 2000원 선을 누가 넘어서느냐를 놓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지만 굳이 총대를 매지는 않겠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일부 업체는 종전 가격을 고수하면서 출혈 경쟁에 나설 조짐까지 보여 업계 전체가 전전긍긍이다.
프랜차이즈 B 사의 대표는 “위쪽 시장이야 4000원 하던게 4300원 한다고 큰 영향은 없지만 중저가 시장에선 혼자 2000원을 넘어섰다간 망하기 딱 좋다”며 “이참에 물량 공세로 버티겠다는 곳도 있어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