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휴전 약속한 ‘인도주의 통로’도 피격 ‘아수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일째인 5일(현지시간) 민간인 대피를 위한 ‘임시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주요 전선의 교전이 계속됐다. AP·로이터·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임시 휴전하고 우크라이나 마리우폴과 볼노바하에서 민간인이 빠져나갈 인도주의 통로를 개설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3일 두 국가의 2차 회담에서 민간인 대피를 위한 통로 개설과 해당 지역 휴전에 합의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양측의 교전은 계속됐고 결국 민간인 대피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마리우폴 주민들은 피난을 시도했다가 폭격 세례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현지 주민 알렉산드르는 BBC에 “길거리로 나왔더니 폭격 소리가 3∼5분마다 들리고 피난 가려 했던 차들이 되돌아오고 있다”며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좌안 지구에서 온 주민들은 “거리에 시신들이 보이고 완전히 재앙 수준”이라고 말했다.
2차 회담서 마리우폴 등 휴전 합의
주민들 대피 중 폭격에 발길 돌려
물·식량·전기 끊겨 나흘째 공포
우크라 “러, 휴전 이용 진군 중”
러 “민간인 방패로 자신들 보호”
마리우폴 부시장 세르히 오를로프도 휴전은 러시아 측의 폭격으로 완전히 무효가 됐다고 밝혔다. BBC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마리우폴 주민들이 물과 식량, 의약품, 전기 등 필수 자원이 없는 상태로 나흘째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이리나 베레슈크 부총리는 이날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이번 휴전을 이용해 해당 지역에서 더욱 진군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를 멈추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인구 약 45만 명 가운데 20만 명이 빠져나갈 것으로 추산된 마리우폴의 시의회도 성명에서 “러시아군이 휴전 협정을 지키지 않고 있고 방위를 이유로 우리 도시와 주변 지역에 폭격을 계속 가하고 있어 시민들의 대피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마리우폴, 볼노바하 두 도시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통제하고 있으나, 러시아군이 도시 주변을 둘러싸고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민간인 대피 실패의 책임을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는 휴전 요청에 즉각 응했으나, 우크라이나가 민간인을 방패 삼아 자신들을 보호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오후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측이 민족주의자들(정부군)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휴전을 연장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모스크바 시간 오후 6시(한국시간 6일 오전 0시)부터 공격 행위가 재개됐다”고 선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금까지 1만 명이 넘는 러시아 병사들이 숨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동영상 성명에서 “이들은 대부분 18∼20살이고,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수도 키이우 외곽의 대규모 러시아 기갑부대는 이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키이우 서북부 이르핀 마을에서 강력한 포격이 보고되는 등 키이우 외곽에서는 교전이 이어졌다고 BBC가 전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