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발 ‘물가 충격’ 정점 멀었다… 이달부터 ‘진짜’가 온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에너지와 원자재,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에도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부산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부산일보DB

최근 세계 각국마다 인플레이션 대응에 고심하던 상황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발생하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식량 가격이 급등했다. 세계식량가격 지수가 2월에 사상 최고를 기록한 뒤, 우크라이나 사태가 반영되는 3월에는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은 지금도 연일 급등하고 있다.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더 격화될 경우 우리 경제 버팀목인 수출마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일 경제계에 따르면 학계와 시장에선 3월을 기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늘고 있다.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여 동안 나타난 적이 없다.

2011년 12월 이후 10년여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4% 돌파 예상
WTI 국제유가 배럴당 108달러
LNG·원자재·식량 가격도 급등
전쟁 장기화 땐 수출 경제도 타격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이 지난 4일 배럴당 115달러를 넘었고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108.84달러를 기록했다. 동북아 지역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지표인 JKM은 2월 100만BTU(열량단위)당 25달러에서 4일엔 38.65달러로 50% 이상 급등했다.

식재료는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전월(135.4)보다 3.9% 상승한 140.7포인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1년 전(116.6)에 비해서는 20.7% 오른 것이다. 2월 지수는 집계가 시작된 1996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생산량이 많은 곳이어서 3월에는 식량가격이 더오를 것으로 예고된다.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밀·대두 등 곡물, 금·구리 등 금속을 포함한 33개 주요 원자재 현물 가격으로 구성된 블룸버그 원자재 현물지수는 지난 한 주 13.02% 상승해 집계가 시작된 1960년 이후 역대 최고 주간 상승률을 나타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거의 전량 수입하고 식량자급률은 45.8%밖에 안된다. 이 때문에 에너지와 식재료 가격상승은 물가에 큰 충격을 준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달될 때까지 약 한 달의 시차를 예상한다.

정부는 당초 올해 물가 상승률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이면서 평균 2.2% 오를 것으로 봤지만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전망치를 3.1%로 올렸다. 그러나 한은의 전망도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전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승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서방과 러시아 간 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 교역량을 위축시킬 경우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일 보고서에서 전쟁발발 영향으로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슬로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슬로플레이션은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스태그플레이션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경기 하강의 강도가 약할 때 쓰는 말이다.

연구원은 “서방의 대 러 제재와 러시아의 맞대응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국내 물가가 상승압력을 강하게 받으면 소비와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내수시장 침체를 유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성대 김상봉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지고 물가가 4% 정도 나오면 우리나라에도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