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민원 수백 건… 유권자 “선거운동도 합법적으로 하라”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을 앞두고 막판 유세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선거 운동의 위법이나 피해를 적극 따지는 민원도 쏟아진다. 시민들은 공정한 선거에 앞서 선거 운동도 합법적이고 공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6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대선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3일까지 경찰에 접수된 선거 운동 관련 민원은 324건에 달한다. 도로교통법, 공직선거법 등 관련 법 위반을 고발하는 민원이다. 부산 16개 구·군에도 소음 불편이나 안전 우려 등 선거 운동 관련 구청의 행정 처리를 요구하는 민원이 적지않게 접수된다.
선거 관련 민원은 내용상 크게 유세 차량으로 인한 교통 문제, 대형 스피커를 이용한 유세 소음 문제, 현수막·벽보 게재 관련 문제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선거 기간 단골 민원이지만, 감정적인 민원보다 위법 여부를 겨루거나 증거를 제출하는 적극적인 민원이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교통방해·소음·현수막 게재 등
부산경찰청, 민원 324건 접수
공정에 민감한 시민의식 반영
일상 속 피해·불편 적극적 대응
최근 부산 서구에서는 ‘퇴근 시간대 대선 후보 유세 차량이 도로가에 주정차한 채 대형 스피커로 과도한 소음을 유발하고 있으니 도로교통법에 따라 조치를 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연제구 시민 정 모(35) 씨도 “유세 차량이 과도하게 천천히 가거나 주정차 위반으로 교통을 방해하고 있으니 처리해달라는 민원을 넣었다”며 “지지 후보와 별개로 법에 어긋나는 행위는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세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도 부산 대부분 지역에서 잇따랐다. ‘유세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아이가 울 정도로 시끄럽다’, ‘유세 소음이 너무 크니 단속을 해달라’는 등의 내용이다.
시민이 직접 현장 사진과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하는 적극적인 민원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최 모(43·해운대구) 씨는 최근 국민신문고에 유세 관련 민원을 넣으면서 유세 차량이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는 모습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을 함께 제출했다. 최 씨는 “선거에 앞서 유세도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 민원을 넣었다”며 “이제는 유세 활동도 시민 의식에 맞춰서 일상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관련법 몇 조를 어겨 위법이니 처리해달라는 식의 민원이 들어오는 걸 보면 시민들이 이번 선거 유세 활동을 더 유심하게 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호감 대선’이라는 이번 선거의 특징과 공정에 민감한 시민의식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어느 때보다 네거티브가 심하고 비호감이 높은 선거인 만큼 시민들이 선거 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관찰자’ 시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시민의식이 자각된 결과이자 공정을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선거 운동이라 하더라도 이성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합리적이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선거 과정에 반영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선거 관련 민원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산 경찰청 관계자는 “선거가 가까운 만큼 관련 신고에 대해 선관위와 협조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며, 선거 범죄에도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곽진석·나웅기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