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방치 폐건물’ 우범지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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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심의 한 폐건물이 7년 넘게 흉물로 방치되면서 우범 지역화나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하지만 관할 구청은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어 주민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부산 서구 암남동의 한 폐건물. 빨간 벽돌 외관의 4층 건물 내부에는 철거를 하다만 듯 잘린 전선과 철근, 벽돌 등 건축 폐자재가 나뒹굴고 있었다. 창문 유리는 전부 깨져있었다. 특히 1층 바닥은 지하 구조가 훤히 보이도록 뚫려 있었다. 건물 입구에는 관리자는 물론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울타리나 안내문조차 없었다.


서구 암남동 숙박시설 흉물화
추락 등 안전사고 위험도 커
구청 “건축주와 계속 처리 논의”

서구청에 따르면 이 건물은 403㎡ 면적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 건물로 1973년 준공됐다. 그해 2월부터 숙박업소로 사용됐고, 운영자가 여러 번 바뀌다 2003년 8월 영업자 지위가 마지막으로 승계됐다. 사업자 폐업 신고는 2015년이다. 서구청은 이해부터 건물이 방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외부인 또는 학생들이 폐건물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 범죄나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건물 곳곳 바닥이 무너져있어 자칫 발을 헛디디면 지하로 추락할 수도 있다. 건물 인근에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있다.

주민들은 이 곳이 학생들의 놀이터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남동 주민 이 모(62) 씨는 “밤에 폐건물로 들어가는 고등학생을 본 적이 있다. 몇 년째 건물이 방치되고 있는데 보기에 좋지도 않고 안전사고가 발생할까 겁난다”고 말했다.

서구청은 이와 같은 주민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해 3월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서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안전 전문가와 현장을 점검한 결과 건물에서 안전사고와 범죄가 발생할 수 있어 펜스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구청은 폐건물이 사유재산이라 지자체가 철거나 안전장치 설치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1년 이상 방치된 폐가의 경우 안전사고나 범죄 발생의 우려가 있다면 지자체에서 빈집 소유자에게 철거를 명할 수 있다. 또 소유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철거를 하지 않으면 지자체에서 직권으로 빈집을 철거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은 주택에만 해당돼 폐건물은 손쓸 방법이 없다.

폐건물은 빈집과 달리 통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불가능하다. 부산시도 폐건물의 정확한 숫자나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기관의 관리 시스템에서도 폐건물들은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건축주에게 현장 점검 결과를 알리고 펜스 설치를 권고하는 공문을 세 차례나 보냈지만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다”라며 “폐건물 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축주 측과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변은샘·나웅기 기자 woong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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