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역량 부족’ 드러낸 선관위
3·9 대선 사전투표에서 혼란을 초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선관위는 이번이 처음인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와 관련한 여러 지적에 대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6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은 지난달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현안 질의에서 “코로나 확진자의 참정권 보장을 얘기했는데, 투표부터 개표까지 마스터플랜식의 종합 대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나중에 가서 하지 말고”라고 지적했다. 이에 선관위 김세환 사무총장은 “(대책이)마련돼 있다”며 “저희는 작년 연말부터 코로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에 대비해 준비를 해 왔고 그 예측이 맞아떨어졌다”고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비 요구 무시 준비 부족으로 혼선 야기
사무총장, 항의 확진자 ‘난동’으로 표현
중립성 논란 이어 ‘엎친데 덮친 격’
선관위의 호언장담과 달리 5일 사전투표 현장은 준비 부족으로 인한 혼선이 곳곳에서 빚어졌다. 게다가 선관위는 이를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법과 원칙대로 했다”고 강변했다.
김 사무총장은 확진자 기표용지를 선거 사무원이 상자 등에 걷어서 투표함에 넣는 방식에 대해 선거인이 직접 투함에 기표용지를 넣도록 한 공직선거법 157조 4항에 위배된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임시기표소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사무총장은 이런 기표용지 수거 방식에 항의한 일부 확진자들의 행태를 ‘난동’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커진다.
선거 관리라는 핵심 업무에서 역량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 선관위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 왔다. 지난해 4·7 부산·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투표 독려 현수막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문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을 유추할 수 있다면서 ‘사용 불가 결정’을 내렸다가 이번에는 ‘신천지 비호세력’이나 ‘술과 주술에 빠진 대통령’ 등 더 원색적인 비난 문구까지 허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철저한 중립이 요구되는 선관위에 친여 인사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포진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 특보 출신인 조해주 전 상임위원이 관례를 깨고 3년 임기를 마친 이후 다시 비상임의원으로 재임용 절차를 밟다가 내부 반발로 포기하기도 했다. 전창훈 기자 j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