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폭풍 속 ‘한국호’ 이끌 선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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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

독도를 대한민국 영토로 정부 차원에서 처음 선언한 것은 한국전쟁 와중인 1952년 1월 18일이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발효되기 석 달여 전에 ‘평화선(이승만 라인)’을 선포해 국제사회에 대한민국 ‘해양주권’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대한민국 해안선에서 60해리(약 111km)까지로 설정된 평화선은 울릉도에서 87km 떨어진 독도를 자연스럽게 포함했다. 좌우 진영을 막론하고 이승만을 높이 평가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평화선 선포다. 일본은 이에 즉각적으로 반발했고 미국과 영국도 수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만은 평화선을 넘어온 일본 어선 328척를 나포하고, 그 선박에 탑승한 일본 어민 3929명을 억류·감금했다. 국제법의 성립 여부를 떠나서 대한민국의 해양 주권이 이처럼 실효적으로 행사된 사례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국제 정세 한 치 앞도 안 보여

해양강국 정책 실종에 아쉬움

이승만 ‘해양주권’ 선언 되새겨

시장경제 존중 새 대통령 기대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 갈 숙명이 새 대통령에게 주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국제 정세는 예측불허, 힘의 전개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과의 서로 불편한 관계는 우리의 외교적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하지만 여야 대선 후보들에게서 난마처럼 얽힌 국제 정세를 꿰뚫을 비전과 공약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해양강국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전략도, 정책도 눈에 띄지 않는다. 격변의 국제 관계에서 이승만과 같은 안목과 강력한 실천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방 후 정부가 수립됐지만 내전에 가까운 좌우 갈등, 극도의 사회적 혼란, 치열한 체제 경쟁 속에서 한반도 공산화는 예정된 수순일 수도 있었다. 실제로 러시아를 등에 업은 공산주의 세력은 압도적인 전력의 우위 속에서 동족을 향해 이념 전쟁을 일으켰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을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대한민국의 역동성도 공화제에 의한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세계를 놀라게 하는 K컬처,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의 성과도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우리가 공산화의 길을 걸었다면 지금의 부강한 대한민국을 향유하는 것 또한 불가능했다. 이승만은 젊은 시절부터 미국을 통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체득했지만 정작 대통령으로서 공화정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독립투사이자 남한을 미국식 공화정을 기초로 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구축한 초대 대통령이라는 영예와 위상에도 불구하고 그의 독재와 독선의 이력은 대한민국 국부(國父)로서의 자격을 오랫동안 의심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공산화를 막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대한민국을 편입시킨 공로는 명확하므로 인정해야 한다. 특히 당대의 롤러코스터 같은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 해양 주권의 기초를 닦고 공산 세력을 막아 내어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토대를 구축한 민주 공화정 체제 전환은 역사적 재평가가 분명히 필요한 대목이다.

일부 식자들은 “애국에는 충신, 외교에는 귀신, 내정에는 등신”이라는 말로 그에 대한 평가를 압축한다. 집권당의 소신파 국회의원 박용진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진 정치인’으로 높이 평가한다. 박 의원은 “정치는 미래를 향해야 하고, 선동과 대립, 갈등이 아니라 통합과 설득의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도 친일파와 영합한 친미·반공주의자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매도한 이데올로기 선동가들에 대해 “복잡다단하고 다층적인 힘들로 구성된 역사 문제를 단순한 이념과 도덕의 잣대로 선별하고 단순화한다”면서 “지극히 이념적이고 자폐적이다”고 역사에 대한 무지를 경계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대전환의 시대가 도래했다. 철저한 시장경제와 경계 없는 무역전쟁을 치러 가면서 세계 10대 무역 대국의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계속 달릴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 잠시라도 페달을 멈추는 순간 넘어지는 자전거와 같다. 특히 다음 정권은 주변 국가의 움직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우리와 같은 시장경제체제를 이루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외교력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자유로운 투자와 시장 경제를 바탕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더 강한 기업들을 키워 내야 한다. 반시장적, 징벌적 조세 제도로 기업과 개인들의 자유 의지를 꺾고 발목을 잡는 정책은 결코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 “지나친 평등주의는 자유는 물론 평등 자체도 파괴한다”는 리처드 파이프스 전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의 지적에 다시 귀를 기울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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