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참여 첫 대선… 학생증·청소년증으로도 투표 가능
“명실상부한 사회구성원이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하면서도, 내 한 표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도 강하게 느낍니다.”(정민승·배정고3)
“TV토론도 챙겨보면서 선거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당선된 대통령이 어떤 정치를 펼쳐 나갈지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살펴볼 것 같아요.”(추성민·양산남부고3)
9일 생애 처음으로 선거권을 행사하는 고3 학생들의 소감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는 사상 처음으로 만 18세가 된 고3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대선이다. 부산지역은 총 선거인 292만 41명 중 10대(18~19세) 유권자가 5만 6769명(1.94%).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등을 바탕으로 투표에 앞서 청소년 유권자가 알아둬야 할 점을 정리했다.
부산지역 10대 유권자 1.94% 차지
신분증 촬영·화면 이미지는 불인정
투표소 내부·기표소 안 촬영 금지
선관위 사이트서 가상투표도 가능
■나 하나쯤이야?
우리나라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부터 만 18세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부여됐다. 3·9 대선에 이어 오는 6·1 지방선거도 만 18세 청소년이 사상 최초로 참여하게 된다. 출생일을 기준으로, 이번 대통령선거는 2004년 3월 10일, 지방선거는 6월 2일 출생자까지 투표할 수 있다.
내 한 표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지난 21대 총선에 들어간 비용은 선거보조금(452억 원)과 선거비용 보전금(1018억 원)을 포함해 모두 4102억 원. 이를 유권자 수(4399만여 명)로 나누면 1명당 투표 비용이 9300원 정도다. 하지만 국회의원 300명이 임기 4년 동안 다루는 재정 규모(2049조 원)를 기준으로 하면 유권자 1명당 투표 가치는 4700만 원에 달한다. 5년 임기인 대통령선거의 투표 가치는 더 올라간다.
단 몇 표 차로 결과가 바뀐 사례에 비춰 보면 한 표의 가치는 훨씬 커진다. 2000년 제16대 총선 당시 경기도 광주군에선 3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규모가 작은 지방선거의 경우 1995년(제1회) 6곳, 1998년(제2회) 2곳, 2000년(제3회) 4곳, 2006년(제4회)은 1곳에서 단 1표 차로 당선자가 결정됐다. ‘나 하나쯤이야’라고 가벼이 여겨선 안 될 일. 나의 한 표가 당락을 결정짓는 한 표인 셈이다.
■주민등록증 없다면?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는 사전투표(4~5일)와 달리 본투표는 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지정된 투표소에서만 할 수 있다. 선거공보와 함께 배달된 투표안내문을 참고하거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포털사이트 등의 ‘내 투표소 찾기’로 지정투표소를 확인할 수 있다.
투표소에 가기 전에 반드시 챙겨야 게 ‘신분증’이다. 주민등록증·학생증(사립학교 포함)·청소년증·생활기록부 등 관공서나 공공기관이 발행하고 생년월일과 사진이 있는 신분증명서가 필요하다. 모바일 운전면허증과 학생증도 가능하지만, 신분증을 촬영하거나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는 인정이안 된다.
기표소에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은 뒤 투표함에 넣는 일까지, 투표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면 기념 인증샷을 남겨 봄직하다. 투표소 입구에서 투표도장을 찍은 손등을 드러내보이며 인증샷을 찍으면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효과도 있다. 두 손가락으로 ‘V’를 하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따봉’ 동작도 가능하다.
하지만 투표소 내부나 기표소 안에서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며, 몇 번 후보에게 투표했는지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안 된다. 다만, 투표소로부터 50m 밖에서 진행되는 언론사 출구조사의 경우 ‘누구를 찍었는지’ 묻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응하면 된다.
■동점자가 나온다면?
출구조사 결과는 투표가 종료되는 오후 7시 30분 방송사 개표방송 시작과 함께 공개된다. 개표방송을 지켜보면서 지역별 결과와 방송사별 분석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지역구 국회의원·지방의원은 유효투표 중 최다 득표자가 당선된다. 만일 동점자가 나왔다면 대통령의 경우 국회 공개회의에서 다수 득표자를, 나머지는 연장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후보자가 1명인 경우 선거권자 총 수의 3분의 1 이상을 득표해야 당선된다.
생에 첫 유권자로서 설렘과 책임감 속에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선거일. 정민승(18) 군은 “청소년들이 힘들어하는 점과 바라는 점을 알고, 대안을 제시하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말했다. 추성민(18) 양은 “청소년기에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펼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4명의 출마자(사퇴자 2명 포함) 중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면 후보별 정책과 공약을 살펴보자.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책·공약마당 사이트(http://policy.nec.go.kr)에서 간편하게 비교해볼 수 있다. 우편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나, TV토론 ‘다시보기’도 도움이 된다.
실제 투표에 앞서 선관위 사이버선거역사관에서 가상으로 투표를 해볼 수도 있다. 선관위 선거연수원에서는 9일까지 청소년 선거체험 가상공간인 ‘선거랜드’도 운영한다. 선거교육 콘텐츠, OX퀴즈, 십자말풀이, 투표체험, 방탈출 게임, 공약게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