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혈관 감압술 곧 4000례… 봉생병원 ‘독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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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신경 미세혈관 감압술

봉생병원 이상훈 의무이사는 뇌혈관과 신경을 분리할 때 테프론(완충 스펀지) 대신에 천을 사용함으로써 미세혈관 감압술 성공률을 크게 높였다. 봉생병원 제공

한쪽 얼굴에 경련을 호소하는 안면경련과 3차 신경통은 원인이 비슷한 질환이다. 뇌혈관이 신경을 건드려 나타나는 증상이다.

뇌 속에는 각종 운동과 감각을 담당하는 12개의 신경이 있다. 뇌혈관이 12개 신경 중에서 7번 신경을 손상시키거나 압박하면 한쪽 안면경련으로 이어진다. 뇌혈관이 5번 신경을 손상시키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3차 신경통이 생긴다. 서양인은 3차 신경통 환자가 더 많고 한국 등 아시아인은 안면경련 환자가 많다.


1986년 안면경련 환자에 첫 수술
지난해 말 3857례… 대기록 눈앞
3차신경통, 설인신경통, 이명 등 질병
고어텍스 사용해 수술 위험 줄여
사망률 제로, 합병증 보고 1% 그쳐

■미세혈관 감암술 4000례 대기록 눈앞

안면경련과 3차 신경통 환자에게 시행하는 수술이 미세혈관 감압술이다. 두개골을 절개하는 개두술을 통해 압박하고 있는 뇌혈관을 신경과 분리시켜 경련과 어지럼증 증상을 치료한다. 뇌혈관에 들러붙은 신경을 떼어내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김원묵기념 봉생병원 신경외과팀이 미세혈관 감압술 4000례 달성을 앞두고 있다. 2021년말에 3857례를 기록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4000례 달성 대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지역병원으로서 독보적이며 전국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기록이다. 정의화 의료원장이 1986년 7월 안면경련 환자에게 미세혈관 감압술을 처음 집도한 지 36년만이다.

봉생병원에서 미세혈관 감압술을 집도하고 있는 신경외과 이상훈 의무이사는 안면신경 마비, 청력소실 같은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술 중 감시장치를 이용하고 있다. 그 결과 수술 환자의 90% 이상이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다. 10% 정도의 환자는 증상 호전이 없거나 재발 또는 악화되기도 한다. 이 경우 재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흔치 않지만 상처 감염, 소뇌 손상 및 뇌간 손상, 청력 저하 및 손실, 뇌척수액 누출, 안면마비 및 감각 이상, 뇌출혈, 뇌수두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상훈 의무이사는 “저희 병원에서 수술한 3857례의 미세혈관 감압술 환자 중 사망률은 0%다. 반신마비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은 없었으며 청력저하, 일시적 안면마비 등의 가벼운 합병증이 1% 정도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 대형병원을 능가하는 의미있는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상훈 의무이사팀이 합병증과 재발위험을 현저히 줄일 수 있었던 것은 테프론(완충 스펀지)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혈관과 안면신경 사이에 테프론을 끼우면 수술은 쉽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로 인해 합병증이 유발된다. 수술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가능하면 테프론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테프론 대신에 고어텍스 재질을 사용해 링으로 걸어서 신경과 혈관을 분리한다.



■안면경련 vs 안면마비 vs 안검경련

한쪽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이 반측성 안면경련이다. 많은 환자들이 입과 눈 주변의 근육이 마비되는 구안와사로 잘못 알고 초기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반측성 안면경련의 증상은 눈에서부터 경련이 시작되는데 한쪽 얼굴이 저절로 떨리고 눈이 감기면서 입술이 비틀어진다. 처음에는 아래 눈썹과 눈꺼풀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는데 수개월이 지나면서 입술 주위가 떨면서 한쪽 얼굴이 전체적으로 떨린다. 심한 경우 눈을 뜨지 못하게 되며, 특히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경련이 심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발병원인은 동맥경화, 고혈압, 염증, 심한 충격 등으로 혈관과 신경이 붙게 되는 것이다.

안면경련은 약물치료를 할 수 있지만 효과가 낮다. 보톡스 치료로 경련을 줄일 수 있는데 효과가 3~4개월밖에 안된다. 현재까지 가장 확실한 안면경련 치료는 미세혈관 감압술이다.

이와 달리 안면마비는 안면신경이 바이러스 감염, 당뇨에 의한 혈관장애 등에 의해 마비되는 증상이다. 한방에서는 구안와사라고 한다. 흔히 입이 돌아간다고 하는데 안면 비대칭 증상이 나타나며 한쪽 얼굴에 마비가 와서 물이나 음식이 새어나온다.

안면경련과 안면마비는 전혀 다른 질환이고 치료법도 완전히 다르다. 진단을 잘못하면 효과없는 치료를 받으면서 환자만 힘들어진다.

눈꺼풀 떨림증이라고 하는 안검경련은 잠을 못 자거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 잘 생긴다. 신경의 기능장애로 발생하며 증상이 눈꺼풀에만 국한된다.

■3차 신경통과 설인 신경통

3차 신경통의 통증은 상상을 초월한다. 환자의 표현을 빌리면 ‘칼로 베는 듯’,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벼락같은 통증이라고도 한다. 통증이 너무 심해 모든 환자들이 공포를 느낄 정도로 생활이 힘들다. 한쪽 턱이나 뺨에서 나타나지만 아주 드물게 양측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진통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통증이 조절된다고 해도 일시적이어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안면통증의 90% 이상이 3차신경 근처의 혈관 압박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미세혈관 감압술로 만족스러운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다.

설인신경통은 12개의 뇌신경 중 9번째 신경인 설인신경이 분포하는 편도선, 인두,혀 뒤쪽에 격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환자들이 음식물이나 침을 삼킬 때, 하품을 할 때, 입에 물을 넣고 가글을 할 때, 이야기를 할 때 통증을 호소한다.

미세혈관 감압술은 그외에 편측안면경련증(7번 신경), 특발성 이명 및 현훈(8번 신경), 강직성 사경(11번 신경)에도 적용할 수 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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