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D-85, 지방선거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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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지역사회부 중부경남팀장

오늘은 ‘D-1’이다.

내일 제20대 대통령선거(대선)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운동은 역대 최대 혐오와 비방이 난무했다. 그래서인지 선거 벽보와 현수막 등을 훼손하는 사건도 잇따랐다.

특히 이번 대선은 유력 후보 본인보다 부인 등 ‘가족 리스크’로 인해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유력 후보들에 반감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5일부터 선거사범 집중 단속에 들어간 이후 열흘만인 지난달 25일까지 모두 213명이 선거 벽보와 현수막 등을 훼손한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이들 대부분은 ‘술김에’ ‘홧김에’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공직선거법상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대선을 하루 앞두고, 그동안 선거 과정을 돌아보면 서글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후보들은 미래 전략과 비전 전파는 뒷전이고 어설픈 퍼포먼스 경쟁에 몰두했다. 거대 담론이 오가야 할 TV토론에서는 독설만 가득했다. 표만 된다면 못할 말이 없다는 형국이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문화는 최후진국 수준임이 이번 대선으로 거듭 확인됐다. 선거전의 네거티브는 필수라지만 지켜야 할 금도가 있다. 그런데 여야 가릴 것 없이 이것을 넘어섰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유권자 입장에서 그냥 앉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노출된 정치 퇴보를 보고 화가 났다면, 벽보를 찢는 심정으로 소중한 1표를 행사하는 일만 남았다. D-1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면, 다가오는 D-85는 ‘나의 삶’을 결정하는 날이다.

85일 후인 6월 1일은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지선) 일이다. 그동안 지선은 대선에 가려져 유권자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특히 경남도는 지난해 7월 김경수 전 도지사가 ‘드루킹’ 사건으로 물러난 후 권한대행 체제로 무주공산인 상황을 감안하면 후보가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달 1일 경남도지사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는데도 여야를 막론하고 현재까지 등록된 후보는 ‘0명’이다. 그동안 ‘대선 블라인드’가 경남도지사 후보군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일 치러지는 대선 결과에 따라 지선 후보의 선거운동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선과 지선은 상이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대선은 지선에 비해 외교와 국방 등 관심분야가 넓고 다양하다. 또 유권자들의 지향점과 지역, 계층이 다양해 공통분모를 찾기가 쉽지 않다. 정책결정의 범위가 내가 아닌 ‘우리’다. 반면 지선은 내가 사는 지역의 도로 개설과 아파트 층수 결정, 복지시설 건립 등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즉 대선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면 지선은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내가 사는 지역 살림살이는 중앙보다 지방정부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선 관심도가 대선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사는 유권자는 지선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삶이 달라진다. 이제부터는 ‘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D-85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간이다. 대선과 지선의 공통된 수단은 투표다. 투표 없이는 ‘나라의 운명’도 ‘윤택한 나의 삶’도 보장 받을 수 없다. kks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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