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허송세월 10년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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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헌 해양수산부장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옛 속담이 이럴진대,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대에서 10년이면 그 변화상은 과히 상상키 어렵다.

2013년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에 선정된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이 딱 10년만인 내년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선 부산공동어시장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부산공동어시장은 국내 수산물 위판(경매)량의 30% 이상을 차지(고등어의 경우 80%)하는 등 전국 최대 규모의 위판장이다. 경매만 하다보니, 일반인들은 접근이 안 돼 낯설 수는 있겠지만, 부산공동어시장은 ‘수산 도시’ 부산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부산공동어시장이 있기에, 부산이 이를 연계한 씨푸드테크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수산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수산 허브’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잡음 마무리
부산시 갈지자 행보로 돌고 돌아 제자리
사과도 없이 유야무야 태도에 거센 비난
갈 길 먼 사업 성공하려면 자기 반성부터

하지만 1963년 개장한 부산공동어시장은 건립한 지 60년이나 돼 시설도 좁고 낡았으며, 비위생적인 하역과 위판 방식은 오랫동안 언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결국 노후화된 건물을 부수고 위생적이고 첨단시설을 갖춘 새 건물을 짓는 현대화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총 사업비는 1729억 원이 들어가는데, 국비 70%(1210억 원), 시비 20%(346억 원), 어시장 5개 수협조합 자부담 10%(173억 원)로 부담한다. 국비와 시비 등 국민의 혈세는 총 1556억 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문제는 예산도 이미 따놓은 상태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착공이 계속 지연됐다는 점이다. 결국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공사비는 상승해 국민 혈세는 더 늘어날 게 뻔하고, 낙후된 시스템으로 인해 부산공동어시장의 위판량 축소 등 수산도시 부산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노후화된 시설로 비위생적인 하역·위판 방식도 개선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을 둘러싼 모든 잡음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지난달 22일 나온 부산시의 보도자료엔 “부산공동어시장 중앙도매시장 개설에 따른 관리·운영방안 결정. 부산시, 부산공동어시장 공공성 확보·운영 활성화 추진한다”라고 밝혔다. 시는 “현대화사업을 2023년 착공을 목표로 신속히 추진해 공동어시장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우리나라 수산유통의 혁신적 역할을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의 지연 과정에 대한 사과 혹은 해명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시의 ‘중앙도매시장 개장’ 방안은 시가 지난 2015년 1월 공공성 확보를 위한 선결과제로 기재부와 해수부에 제시해 확정한 내용과 똑같다. 이후 7년이 지났건만, 똑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마치 새로운 내용인양 포장하는데 급급했다. 조금이라도 잘한 것에 대해선 성과와 업적을 자랑하면서도, 국민 혈세를 축낸 과오에 대해선 단 한마디 변명도 없이 어물쩍 넘어갔다.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의 지연은 부산시의 갈지자 행보와 공동어시장 지분을 가진 5개 수협조합의 욕심 때문이다.

책임은 부산시의 일관성 없는 행정이 명백하게 더 크다. 시는 2012년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을 정부지원 사업으로 선정하면서 기존 공동어시장의 지분을 전부 매입하는 등 ‘어시장 청산’을 하려고 했으나 청산자금을 국비로 지원받지 못하자 2015년 중앙도매시장 개설로 방향 전환했다.

이후 현대화사업의 설계 실시가 한창이던 중 2019년 다시 시는 국비가 안 되면 시비로라도 어시장의 지분을 전부 매입하겠다며 기존 결정을 뒤엎었다. 시는 청산비용과 지급기한을 놓고 5개 수협조합과 협상을 벌였지만, 분할지급 기간에 대해 이견을 보여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또 부산시의회의 공공성 강화라는 딴지로 예산 집행이 미뤄졌고, 결국 이번에 최종적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5개 수협조합은 지분 청산과정에서 청산대금의 조속 지급만을 주장했고,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임에도 공공성 강화 방안은 뒷전이었다.

과거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는 반드시 필요하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넘어간다면,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의 성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내년 착공을 앞두고 그 첫 걸음은 사업주체들의 자기 반성에서부터 시작이다.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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