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소비자·주유소는 ‘울상’, 카드사만 ‘싱글’
코로나19 장기화와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기름값이 치솟는 가운데, (사)한국석유유통협회가 유가 인상분만큼 늘어난 주유소 카드수수료를 인하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석유유통협회는 7일 “주유소의 신용카드 결제비율이 95% 수준(2021년 통계)인데, 현재 주유소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매출액에 연동해 1.5%의 정률로 적용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유류가격이 오르면 수수료도 함께 오르는 구조여서 유가 인상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수수료 1.5% 정률 적용
유가 인상 비례해 수수료 올라
최근 1년 카드사 수익 20% 증가
석유협회 수수료 탄력 적용 요구
“고유가 시기만이라도 조정해야”
실제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해 2월에 전국 평균 L(리터)당 1463원이던 보통휘발유(이하 휘발유)의 판매가격은 올해 2월(4주)에는 L당 1740원으로 인상됐고, 이에 카드수수료는 L당 21.95원에서 26.10원으로 4.15원 인상(인상율 18.9%)됐다. 같은 기간에 경유 가격 역시 L당 1263원에서 1564원으로 올랐고, 카드수수료는 18.95원에서 23.46원으로 4.51원 인상(인상율 23.8%)됐다.
최근 1년간 유가 상승으로 신용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익도 20%가량 증가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석유유통협회가 제시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주유소의 총판매액은 51조 482억 원(휘발유 21조 1358억 원, 경유 29조 9124억 원)으로, 카드수수료(총판매액×신용카드결제율 0.95×카드수수료율 0.015) 역시 7275억 원에 달한다.
월별 통계로는 카드수수료가 지난해 1월 498억 2546만 원에서 그해 12월 654억 2674만 원으로 1년간 31.3%(156억 128만 원)나 급증했다.
협회는 “현행 1.5%인 주유소 카드수수료율을 1%로 0.5%포인트(P) 인하하면 소비자의 유류비 부담을 2021년 기준으로 연간 7275억 원에서 4850억 원으로 2425억 원 낮출 여력이 생길 수 있다”면서 “고유가로 소비자와 주유소의 부담은 느는데 , 카드사는 고수익을 올리는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주유소 카드수수료율을 유가 수준에 연동해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유소 카드수수료율을 인하하는 게 최선이지만, 고유가 시기에라도 수수료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차선으로 검토하자는 것이다.
김정훈 석유유통협회장은 “주유소 카드수수료율은 명목상 1.5%지만 판매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유류세분까지 주유소가 수수료를 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3%에 달하는 카드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라며 “주유소 업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2%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주유소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카드수수료를 인하해서 주유소도 살고 국민 부담도 낮추는 방안을 정부가 강구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유류세 한시 이하 조치 이전인 지난해 11월 첫째 주 현재 기준으로 휘발유(전국평균)는 정유사 판매가격 L당 1756.30원 중 905.55원이 유류세로 전체의 51.56%를 차지했다. 또한 경유는 L당 1521.67원 중 43.84%인 667.08원이 유류세였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