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우리 아이들이 죽어야 총격 멈출 건가”
“우리 아이들을 구해달라. 왜냐하면 그것이 내일 당신들의 아이들을 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참상을 보도해 줄 것을 세계 언론에 호소했다.
우크라 영부인 인스타그램 호소문
“최소 38명이 이미 목숨 잃었다”
젤렌스카 여사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우크라이나 어린이 5명의 사진과 함께 세계 언론인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한 호소문을 게재했다. 생후 18개월에서 14살 사이인 이 어린이들은 러시아군이 쏜 포탄이나 파편에 맞거나 피난 중 총격을 당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카 여사는 “어린이 최소 38명이 이미 목숨을 잃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망자 수가 늘고 있을 수 있다”면서 “러시아인들이 자국군은 민간인을 해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이 사진들을 보여 주라”고 말했다. 그는 “최전선이 된 일부 도시에선 수백 명의 어린이가 지하실에서 물도 치료도 없이 죽어가고 있다”면서 “얼마나 많은 어린이가 더 죽어야 러시아 병사들은 총격을 멈추고 (민간인 대피를 위한)인도적 통로를 허용할 건가“라며 규탄했다. 그는 이어 세계 언론인들에게 “러시아인 침략자들이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죽이고 있다는 끔찍한 진실을 말해달라”고 호소했다.
나토 회원국들에는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러시아군의 폭격을 막아줄 것을 촉구했다.
전쟁이 나면 어린이와 같은 약자가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이날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아동 40만여 명이 피란길에 오르면서 납치, 학대, 질병, 굶주림 등의 위험에 노출됐다고 경고했다. 실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최대 원자력 발전소인 자포리자를 공격하면서 이 지역 고아원에서 어린이 등 200여 명이 이날 피란길에 올랐다. 자포리자에서는 11살 남자아이가 혼자 1000km 거리를 이동해 국경을 넘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유엔에 따르면 6일까지 모국을 떠나 루마니아, 폴란드, 몰도바, 헝가리,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등으로 피란 온 우크라이나인은 1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가운데 약 40%는 아동으로 추정된다”며 “문제는 납치와 성폭력, 학대,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영하권 날씨에 보호시설을 구하지 못해 저체온증 등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에게 음식과 식수, 숙소 등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현정 기자